[사설] 돈 뿌려 물가 자극해 놓고선 또 '13조원 나눠 갖자'고 하나

입력 2024-03-25 17:50   수정 2024-03-26 06:54

선거전이 막판으로 치닫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김없이 ‘현금 살포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민 1인당 25만원씩 주면 민생과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며 민생회복지원금을 제안한 것이다. 이 대표는 ‘경제 심폐소생술’이라고 강조했지만 진단부터 처방까지 전부 방향 착오다.

‘경제는 폭망이고 물가는 천정부지’라는 전제부터 틀렸다. 요즘 우리 경제는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제조업과 수출 중심으로 회복세가 뚜렷하다. 통계 작성(1982년 7월) 이후 고용률이 최고이고, 실업률이 두 번째로 낮은 점도 긍정적이다. 물가 역시 3%대(2월 기준 3.1%)로 반등해 재차 불안감이 커졌지만 1~2년 전 인플레이션 위기 때와는 분명 다른 상황이다. 치솟았던 과일값도 다행히 진정 조짐이다.

전 국민을 지원 대상으로 한 점은 총선용이라는 의구심을 키운다. 여유 재원이 있다면 한계소비성향이 큰 저소득층을 두텁게 핀셋 지원하는 방안이 더 효율적이고 공정에도 부합한다.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골목상권이 살아난다는 주장도 단견이다. ‘지역화폐는 비용만 낭비하고 효과도 작다’는 게 문재인 정부 당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분석이다.

‘추경 편성하면 13조원 재원 마련이 어렵지 않다’는 발언은 양심 불량 수준이다. 직전 민주당 집권기에 추경으로 펑펑 돈을 쓰다 5년 만에 나랏빚이 400조원 넘게 불어났다. 30%대이던 국가부채 비율이 단기간에 50%대로 올라서 재정정책의 손발이 묶일 정도다. 이런 원죄를 반성한다면 민주당만큼은 추경이라는 말을 쉽게 꺼내서는 안 된다. ‘대만도 1인당 25만원의 지원금을 줬다’는 주장 역시 견강부회다. 반도체 경기 활황으로 발생한 초과 세수의 처분 방안으로 국민성과급을 시도했을 뿐이다. 빚내서 나눠주자는 민생회복지원금과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 더구나 대만의 국가부채 비율은 30% 중반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 대표의 주장은 돈을 찍어 현세대가 나눠 갖고 상환은 미래세대로 떠넘기자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득주도성장이 파탄 난 데서 보듯 돈을 풀어서 해결되는 일은 없다. 단기 효과라면 모를까, 풀린 돈은 물가를 자극해 특히 서민에게 두고두고 긴 고통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를 덮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원인도 무분별한 돈풀기가 촉발한 부동산시장 거품임을 벌써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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