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소설이다. 85일째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노인이 용기와 도전 정신을 잃지 않고 끝내 5.5m에 달하는 청새치를 잡는다. 주위 사람들의 비아냥에도 노인은 끝내 자신의 목표를 이룬다.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모험과 도전을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말년에는 늙고 힘이 빠져가는 모습에 스스로 힘들어했다고 한다. 강인한 힘을 발휘해 큰 물고기를 잡는 작품 속 노인의 모습에서 노년의 헤밍웨이는 큰 만족을 얻었을 것이다.
최근 하루가 다르게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능력이 향상되면서 <홍길동전>과 <노인과 바다> 같은 명작 소설까지 창작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생성 AI 출시 초기에는 간단한 글을 작성하거나 요약해주는 수준이었다.
그 후 명령문(프롬프트)을 정확히 넣으면 그림을 그려주는 ‘달리(DALL-E)’와 ‘미드저니(Midjourney)’, 동영상을 멋지게 만들어주는 ‘소라(SORA)’와 ‘런웨이(RUNWAY)’,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작성하는 ‘감마(Gamma)’ 등이 줄줄이 등장했다. 급기야 인간 평균 IQ인 100을 넘은 생성 AI ‘클로드 3(Claude 3)’까지 등장했다. 18년 전에 책 <특이점이 온다>에서 기술이 인간을 뛰어넘는 ‘특이점’을 예측한 레이 커즈와일은 최근 인터뷰에서 AGI(범용인공지능)가 5년 내에 온다고 했다. 생성 AI는 앞으로 인간을 뛰어넘는 산출물을 쏟아낼 것이다.
그럼 인간의 창작은 무의미해질까. 그렇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소설, 영화, 노래, 그림에 빠져드는 이유는 작가 때문이다. 대중은 작품 뒤에 있는 고뇌의 시간, 고생의 흔적, 삶의 체취를 느끼고 싶어 한다. 이런 내용이 결합할 때 감동이 커진다. 한 번 빠져든 작가의 작품들에 차례대로 입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AI 시대에도 감동 포인트는 바뀌지 않는다. 제아무리 AI가 무언가를 생성해 내도 작품 뒤편에 있는 진짜 인간의 고뇌는 지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AI가 아니라 여전히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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