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홍정표 조각가는 “지나가다 우연히 철공소 앞에 놓여 있는 걸 보고선 바로 구매해 작업했다”며 “철공소에서 거는 용도로만 쓰이던 사물을 갤러리로 가져와 용도를 없애는 대신 미적 요소를 더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 그에게 예술과 일상은 해석의 차이만 존재할 뿐 어떤 경계선도 없는 셈이다.
홍 조각가의 실험은 전시 기획자와의 어긋난 대화가 발단이 됐다. 그가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정해진 작업을 반복할 때 작업이 완벽해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밝히자 기획자가 “그건 매일 실패를 겪는 것과 같다”고 맞받아친 것이다. 홍 조각가는 “기획자도, 관람객도 작가가 의도한 것과 다르게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예술엔 정답이 없고 시각에 따라 비(非)예술도 예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 제목을 ‘다르게 느끼는 우리’라고 지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시장에 놓인 10여 점의 작품은 저마다 어긋난 지점이 보인다. 받침대였던 사물은 마땅히 닿아야 할 바닥 면적을 최소화한 채 비스듬히 선 ‘바닥이 더러워지는 것이 싫다’로 바뀌었다. 전시 표제작인 ‘다르게 느끼는 우리’는 완벽에 가까운 완성도를 뽐내는 앞면과 달리 작업 과정이 고스란히 보이는 뒷면에서 미완의 미학이 돋보인다. 물론 작가의 의도에 대한 해석은 자유다. 전시는 오는 4월 6일까지.
유승목 기자 moki912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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