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역겨운 복장'(gross outfits)으로 출근하는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중국의 젊은 세대들이 잠옷을 입고 직장에 가는 모습을 그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하는 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중국의 인스타그램으로 알려진 샤오홍슈(Xiaohongshu)에는 '출근룩'이라는 설명과 함께 잠옷용 털바지와 슬리퍼, 수면 양말을 신은 모습을 인증하는 사진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것.
NYT는 "중국의 젊은 직장인들의 출근 복장은 놀라울 정도로 캐주얼하다"며 "막 침대에서 나온 모습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는 루오(30)씨는 NYT에 "그냥 내가 입고 싶은 걸 입은 것"이라며 "단지 앉아만 있어야 하는데, 출근을 위한 옷을 사는 데 돈을 쓸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그러면서 편한 잠옷을 입고 일하며, 상의와 하의를 맞춰서 입는 일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역겨운 복장'이 유행하는 건 중국의 틱톡인 더우인에서 '켄도스 에스(Kendou S)'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여성이 슬리퍼와 파자마 하의, 갈색 스웨터 드레스와 구멍 난 모직 장갑을 착용한 '출근룩' 영상을 게시하면서 시작됐다고 가디언은 소개했다. 켄도스 에스는 "직장 상사가 옷차림을 보고 '끔찍하다'며 '회사 이미지를 염려하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지만, 그의 옷차림 영상은 순식간에 다른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 다른 플랫폼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이후 수천 명의 젊은 직장인들이 잠옷 차림으로 출근하며 전통적인 '출근 복장'에 대한 반항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잠옷은 선을 넘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오랜 기간 동안 재택근무를 한 세계적인 흐름이 이런 움직임을 촉발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영국 직원 3분의 1은 재택근무 시 잠옷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가디언은 전하면서, 미국의 최근 보고서에서도 "사람들은 더 편안하고 개별적인 옷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흐름이 변화하고 있음을 소개했다.
NYT는 중국 젊은이들이 잠옷을 입고 출근하는 배경에는 '상실감'이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 성장 둔화와 기회의 소멸로 열심히 노력해도 현실이 변화하지 않으리란 상실감에 빠진 젊은 직장인들이 조용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것. 중국 젊은이들이 출세나 승진 등을 위해 악착같이 노력하는 삶을 온몸으로 거부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항저우의 한 뷰티 클리닉에서 통역 업무를 담당하는 조안나 첸(32)은 "평소 사무실 복장이 스타일리시하지 않다는 걸 알지만 편하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는다"며 "상사는 일할 때 좀 더 섹시한 옷을 입으라고 했지만, 그의 말을 무시했다"고 NYT와 인터뷰에서 전했다. 그러면서 "원하지 않는 할당 업무도 거절하기 시작했다"며 "수년간 예측할 수 없는 봉쇄와 격리, 팬데믹으로 인한 질병에 대한 두려움을 겪은 후 내가 원하는 건 안정된 직업과 평화로운 삶을 누리는 지금의 순간이기에 승진이나 출세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상하이의 한 의류회사에 근무하는 제시카 지앙(36)도 "아침에 출근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며 "무작위로 옷을 걸쳐 입기 시작했고, 화장도 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이어 "모두가 자기 일에 집중하고, 아무도 옷차림에 관심이 없다"며 "일을 끝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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