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다음 타깃 될라"…징병제·방위세 되살리는 발트 3국

입력 2024-03-26 09:13   수정 2024-03-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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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발트 3국’이 유럽 국가들의 국방력 강화를 위한 징병제, 특별 방위세 등을 도입하자고 요구하고 나섰다. 러시아의 군사 위협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기반한 집단방위체제를 뒤흔들면서 나온 불안감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에드가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징병제 부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은 냉전 시대 수준으로 국방비 지출 규모를 키워야 한다”며 “국방 인력을 늘리기 위해 군 의무복무를 되살리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린케비치 대통령은 특히 “군 지휘부가 전문 병력을 선호하기 때문에 환영받지 못할 수는 있지만, 유럽 전역의 군대들이 인력난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징병제는 러시아군을 더욱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능력을 갖춘 예비군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누구도 싸우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침략받길 원하지도 않는다”며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유럽 다른 곳에서) 재현되는 것을 보길 원하는 사람도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라트비아는 작년부터 징병제를 재개했다. 린케비치 대통령은 징병제 부활 배경에 대해 “지정학적 소용돌이 속에서 더 많은 병력을 훈련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라트비아에 이어 리투아니아, 스웨덴 등이 징병제를 되살렸다. 유럽에서 냉전 이후 징병제를 지속해 온 나라는 에스토니아, 핀란드, 노르웨이 등이다. 징병 범위를 늘리거나 새로운 형태의 군대를 창설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달 덴마크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징집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에선 패트릭 샌더스 육군 참모총장이 시민군 조직의 필요성을 거론하고 나섰다.

린케비치 대통령은 “대부분 NATO 동맹국이 냉전 때만큼 국방에 많은 돈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는 솔직히 말해야 한다”며 “유럽은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으로 국방비 지출액을 늘려야 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방예산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도 나타났다. 에스토니아는 군사비 지출액을 국내총생산(GDP)의 3%까지 늘리기 위한 특별 방위세 구상을 내놨다. 다만 이는 2026년 이전에 발효될 가능성은 작다.



알라 카리스 에스토니아 대통령은 별도 인터뷰에서 “국민들은 이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이해할 것”이라며 “우리의 국방을 위한 일은 스스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럽이 국방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적이 “옳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부담 비율이 최소 50 대 50에 이르도록 우리는 뭔가 해야 한다. 이건 우리에게 더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카리스 대통령은 “지난해 기준 미국은 NATO 전체 국방비의 68%인 8600억달러(약 1152조원)를 지출했다. 반면 유럽 회원국들과 캐나다는 4400억달러(약 590조원)를 쓰는 데 그쳤다”고 지적하면서 “유럽은 국방비 지출액을 최소한 현 수준의 두 배 이상으로 늘려 미국과 동등한 수준까지 맞추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에 리투아니아를 더한 발트 3국은 모두 GDP의 3%를 국방비에 쓰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들 국가의 국방비 지출액은 최근 몇 달 새 급격히 늘어 GDP 대비 비율은 2%를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발트 3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고 있는 러시아의 다음 타깃으로 꾸준히 지목돼 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올해 초 리투아니아를 방문해 “발트 3국과 몰도바가 다음 차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발트 3국을 장악하려 했다는 러시아 대통령실 기밀 문건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날 발트 3국 외교장관들은 미 워싱턴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외교장관 회담에 나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NATO 차원의 공조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발트 3국은 1940년대 소련에 점령됐다가 소련이 해체되면서 독립한 뒤 2004년 NATO에 합류했다.

구소련과의 연결성 탓에 이들 국가는 유럽연합(EU) 차원의 대(對)러 무역 제재 위반 의혹도 동시에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발트 3국의 중앙아시아 수출이 급증한 것을 두고 러시아로의 우회 수출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린케비치 대통령은 이와 관련, “개별 국가 단위보다는 EU 차원의 중앙집권적 제재 매커니즘이 더욱 효율적”이라며 “대러 수출 금지 조치를 거부하는 제3국이나 기업에 대해선 ‘세컨더리 제재’(제3자 제제)를 가해야 한다”고 반응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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