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TOEIC) 고사장에서 답안을 몰래 주고받은 유명 어학원의 전직 토익 시험 강사와 시험 응시생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3부(김희영 부장검사는) 30대 강사 A씨와 부정행위 의뢰인 등 19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A씨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온라인상에서 토익과 텝스(TEPS) 등 영어 시험 응시자를 모은 후 이들에게 몰래 답안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범행 과정에서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로 돈을 입금받아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위반한 혐의도 있다.
그는 듣기평가(LC)가 끝난 뒤 읽기 평가(RC) 시간에는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화장실 변기 등에 미리 휴대폰을 숨겨뒀고, 동일한 수법으로 휴대폰을 숨겨둔 의뢰인에게 메시지로 답안을 전송했다.
검찰 등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 의뢰인이 "지금 숨길게요"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몇시간 뒤 A씨가 정답이 담긴 답변을 보내며 "조심"이라고 당부하는 모습이 담겼다.
의뢰인과 같은 고사장에서 시험을 칠 때는 화장실에 종이쪽지를 숨겨 정답을 전달하는 수법도 썼다. 시험을 한 번 보면서 여러 사람에게 답안 쪽지를 전달하는가 하면, 같은 응시생이 여러 차례 의뢰하기도 했다.
그 대가로 A씨는 한건당 150만∼500만원을 받았으며, 22차례에 걸쳐 총 7600여만원을 편취했다. 조사 결과, 그는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경찰은 2022년 11월 한국토익위원회로부터 부정행위가 의심된다는 제보를 받은 뒤, 수사에 착수한 후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부정행위로 인해 대표적인 공인 어학 시험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점을 고려해 주범뿐 아니라 부정 시험 의뢰자들도 전원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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