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FTA)에 해답이 있다. 칠레산 와인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도 2004년 한·칠레 FTA가 발효된 이후다. 하지만 우리가 칠레와 FTA를 체결한 이유가 와인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당시 우리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했다. 때마침 세계 시장은 점차 개방되고 있었고, FTA를 통한 자유무역은 자원이 부족하고 국내 시장이 협소한 우리가 반드시 잡아야 할 기회였다. 광업과 농업이 발달한 칠레는 제조업이 강한 우리와 상호보완적인 산업 구조를 지니고 있어 첫 FTA 파트너로 최적의 상대였다.
양국 간 교역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발효된 FTA 이행 관련 규정과 절차가 필요했다. 그런데 FTA 협정문에는 기본적이고 선언적인 내용만 들어 있었다. FTA 특혜세율을 적용받기 위한 원산지 증빙 절차부터 원산지 검증 방법, 원산지 조사 시 권리구제 절차 등 구체적인 제도를 설계하는 건 모두 기획재정부와 집행기관인 관세청 몫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관세청은 국내 수출입 기업들이 하루빨리 FTA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기업에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FTA 상대국과 적극적인 관세 외교를 펼쳐 통관 애로도 적극 해소해 왔다. 불공정 무역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원산지 검증 업무도 관세청 직원들이 묵묵히 해나갔다.
그 결과 현재 한국은 59개국에 대해 21건의 FTA를 발효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FTA를 체결한 국가 중 하나다. 관세당국이 기업의 원산지 증명 능력을 인정해 여러 FTA 관련 혜택을 부여하는 원산지 인증수출자 수가 2012년 5394개에서 2023년 1만5001개로 크게 늘었다. FTA 체결 국가로 수출되는 금액은 전체 수출액의 87%에 이른다.
앞으로는 지난 2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FTA 글로벌 스탠더드를 선도하고자 한다. 관세청은 세계관세기구(WCO)의 원산지위원회 의장을 수행하며 전산 원산지증명서(e-C/O)의 국제표준을 만드는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오는 4월 2일 FTA 20주년을 맞이해 관세청은 담대하고 새로운 전략을 담아 ‘FTA 2.0 세미나’를 연다. FTA의 새로운 비전을 많은 사람이 지켜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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