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달 8만3440건까지 늘어났다. 아실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21년 3월 이후 최대 규모다. 올해 1월 한때 7만3000건대까지 떨어졌는데, 2개월 만에 1만여 건 더 쌓였다. 서울 매물이 8만 건을 넘은 건 작년 11월 이후 4개월 만이다.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에선 회복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서울 집값은 보합(0%)을 나타내며, 상승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파트 거래량은 작년 12월 1824건에서 올해 1월 2575건으로 반등했다. 이날 기준(신고기한 30일) 2월 거래량도 2420건에 달한다. 개학 시기를 앞두고 강남권 학군지 매수세가 붙은 데다 1월 신생아 특례대출 출시 효과도 톡톡히 봤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말 기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보다 훨씬 강력한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면서 수요가 꺾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매물이 계속 쌓이고 있는 게 증거라는 얘기다. 스트레스 DSR이란 미래 금리 인상 위험을 반영해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붙이는 제도다. 대출 한도가 수천만원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 업계 관계자는 “한도가 줄기 전에 대출을 받아두자는 수요가 1~2월 거래량 증가에 기여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트레스 DSR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상반된 의견도 적지 않다. 함영진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장대우는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에만 적용되는 제도로 고정금리 대출을 받는 수요자와는 무관하다”며 “오히려 온라인 대환대출 플랫폼이 가동된 이후 은행권의 금리 인하 경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등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최근 3개월 연속 하락했다.
매물이 늘어나는 현상을 거래 부진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급매가 줄어든 가운데 시장에서 소화가 된다고 판단한 집주인이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는 지역 위주로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두 달 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영등포구, 용산구 등의 매물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이달 셋째 주 기준 강남구 아파트값만 보합을 기록했고, 나머지는 모두 상승 전환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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