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지 6개월 만에 즉각적인 휴전과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이 처음으로 채택됐다. 중국·러시아와 번갈아 가며 거부권을 행사해오던 미국의 기권으로 이번에는 휴전 결의안이 전격 통과됐다. 이스라엘은 ‘자기 방어권’을 내세워 전쟁을 지지했던 미국까지 사실상 등을 돌리자 이스라엘 대표단의 미국 방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선 작년 10월 이후 하마스 침공에 따른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지금까지 3만2333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고 7만4694명이 다쳤다. 남부로 몰려든 피란민은 물과 식량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안보리 결의는 이스라엘에는 강력한 정치적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마지막 남은 미점령지 라파에 지상군을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을 지지해온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140만 명의 피란민과 주민들이 밀집한 곳을 공격하면 인도주의적 재앙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전쟁을 지지해 온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날 이스라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매일 밤 건물이 사람들 위로 무너져 내리는 것을 봤다”며 “이스라엘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지만 때로는 그렇게 해선 안 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를 위해 전쟁을 끝내고 평화와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이날 안보리 결의 채택 후 “구속력이 없는 결의”라고 언급해 논란이 불거졌다. 통상 안보리는 ‘유엔 회원국에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결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지만 안보리가 회원국에 결의 이행을 실질적으로 강제할 수단은 없다.
안보리 결의로 이스라엘을 멈춰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안보리 결의가 국제법으로 간주되고 중대한 정치적·법적 무게감이 있지만 이행을 강제할 수단은 없다”고 분석했다. 결의 위반 시 경제 제재 등으로 압박할 수는 있지만, 미국이 이스라엘 상대로 강제력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2016년에도 안보리가 이스라엘에 서안지구 내 정착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하마스도 인질의 무조건 석방을 거부하고 팔레스타인 수감자와 교환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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