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할 때 의료계의 참여를 제안하라고 지시한 건 의료계가 필수·지역의료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겠다는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정부 고유 권한인 예산 편성권까지 공유하자는 파격 카드를 꺼내든 건 한 달 넘게 집단행동을 이어가는 의료계가 대화 테이블로 나올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보건의료 분야에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보건의료 분야를 우선순위에 둬야 하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에만 맡겨서는 안 되고, 정부 재정을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 분야를 안보나 치안 등 국가 본질 기능과 같은 반열에 두고 판단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2025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을 발표하면서 필수의료 지원을 처음으로 재정투자 중점 분야에 포함했다.
윤 대통령은 일부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주시고, 제자인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보건의료 재정을 우선적으로 예산에 반영하려면 현장에 계신 의료진 여러분이 하루빨리 대화의 장에 나와 적극적으로 의견을 줘야 한다”며 “보건의료 예산이 먼저 편성돼야 나머지 예산 편성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방 거점 국립대병원의 시설 및 장비 확충에 올해에만 1113억원의 정부 예산을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의료 R&D에는 9년간 1조원가량을 투자하는데, 이 중 1800억원은 필수의료 분야에 배정한다. 지역의료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역의료발전기금 신설, 국립대 의대 교수 1000명 추가 채용 등을 위해 필요한 자금도 건보 재정이 아니라 정부 예산에서 집행한다. 의과 대학이 늘어난 정원에 맞춰 교육 인프라를 늘리는 데도 예산을 쓴다.
이날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대한의사협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어려워졌다는 해석도 있다. 임 회장은 “오히려 저출생으로 의대 정원을 500~1000명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도병욱/박상용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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