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2주 앞두고 국민의힘이 개헌 저지선인 '100석도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론이 나오자, 대통령실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임명이나 의정 갈등이 민심에 악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7일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여론과 관련해 대통령실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질문에 "많은 후보가 위기감을 가지고 있고,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개별적으로 그런 의견을 표출하는 분들도 있고 언론에서도 여러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대해 대통령실에서도 면밀히 검토하면서 예의주시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국민의힘 부산 선대위원장을 맡은 서병수 5선 의원은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및 이종섭 주호주대사 임명, 의정 갈등 등 현안과 관련해 "선거를 시작하기도 전에 국민께서 옐로카드부터 드셨다"며 정부·여당의 책임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젊은 해병이 죽었는데 책임은커녕 대사로 내보내 놓고 도대체 국민 알기를 뭐로 아느냐'는 말씀 많이 들었다"며 "제아무리 정당성이 있다 하더라도, 국민께서 달리 보실 수 있는 일들이 이렇게 많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법적으로야 문제가 없더라도 납득하지는 못하겠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한 책임, 국민의힘에 있다"며 "875원 하는 대파 한 단의 가격. 할인에 또 할인을 거듭하고 쿠폰까지 끼워서 만들어 낸 가격이라면, 결코 합리적인 가격일 수 없다"라고도 지적했다.
서울 종로 후보로 나선 최재형 후보도 YTN 라디오에 출연해 '대파 발언'에 대해 "상황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그냥 (윤 대통령을) 모시고 간 보좌 기능에 문제는 있다고 본다"고 했고, 대구 달서병의 권영진 후보도 BBS 라디오에 나와 "대파 논쟁을 불러일으킨 건 대통령 주변 참모들이 잘못 모시고 간 것"이라며 "물가를 점검하려면 물가가 비싼 곳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악화일로인 의정 갈등을 유연하게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당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전날 의료계와 비공개 간담회를 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의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안을 재검토해달라"며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통해 검증하여 필요한 의대 정원 확충 수를 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야권에 우세한 판세를 뒤집기 위해 지금껏 역할을 하지 않은 누군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층)에 소구력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승민 전 의원이 나서서 수도권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권역 공동선대위원장인 김성태 전 의원은 전날 MBC 라디오에서 "지금 이 시점에서는 유 전 대표의 개혁보수 목소리도 이번 총선에서의 역할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사항"이라며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자원이면 누구든 가려서는 안 된다. 그런 측면에서 유 전 대표는 개혁보수의 목소리도 국민의힘이 다 담고 있는 보수"라고 말했다.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대위원장은 '유 전 의원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필요하다면 누구든지 만날 수 있다"며 "도움을 모두에게 청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다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유승민 역할론'에 대한 질문에 "제가 특별히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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