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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환율이 2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장중 151.97엔까지 올라 1990년 7월 이후 거의 34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도 엔화 약세가 심화하자 일본 재무상은 ’무질서한 환율 움직임‘이라며 시장 개입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11시 43분에 전일 대비 0.24% 오른 151.97엔까지 급등하며 이전 고점인 2022년 10월의 151.94엔을 넘겼다. 장중 고점을 기준으로 지난 1990년 6월 29일 이후 최고치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151.5엔대에서 출발했지만, 오전 10시 이후 151.7엔대를 돌파하며 최고 기록을 썼다.
이날 환율은 오전 10시 37분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다무라 나오키 심의위원이 금리 정책을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한 발언을 보도한 이후 급등했다. 나오키 심의위원은 일본 아오모리시 강연에서 ”금리 인상을 통해 수요를 조정하고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까지 (금리 수준을) 되돌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금리는 완전히 시장에 맡길 수준까지는 아니다“라고도 덧붙였다. 닛케이는 BOJ 내에서 매파적 인물로 꼽히는 나오키 심의위원이 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자 시장이 엔화 매도에 돌입했다고 분석했다.
엔·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이날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무질서한 환율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결정적 조치’를 포함한 어떠한 조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슌이치 재무상은 “높은 긴박감을 가지고 환율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겠다”고 전했다. 단호한 구두 개입 이후 엔화 낙폭은 다소 줄어 환율은 151.6엔대까지 내렸다.
BOJ는 지난 19일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엔저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앞서 지난 25일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외환시장이 투기적 성격이 강하다며 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금리 인상 이전에 엔·달러 환율은 149엔대 수준이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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