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과 부품을 우주 환경에서 실험해야 우주 기술과 산업이 발전합니다. 소형 발사체로 수송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면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소형 우주발사체 스타트업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페리지)의 신동윤 대표(사진)는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소형 발사체는 대형 발사체보다 적은 비용으로 위성과 부품 등을 우주로 보낼 수 있다”며 “발사체를 상용화해 기업들이 우주에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리지는 200㎏ 이하 인공위성을 지구 상공 저궤도(500㎞ 안팎)로 수송하는 소형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KAIST 항공우주공학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신동윤 대표가 2018년 설립했다. 2016년 우주 동호회에서 만난 10명의 학생이 10년 안에 우주로 발사체를 쏘아보자는 목표로 모여 로켓 아마추어 단체를 만든 것이 시작이다. 당시 구성원 중 5명은 현재도 페리지에서 소프트웨어 개발과 해양발사장 건설, 엔진 개발 등을 담당하며 함께하고 있다. 신 대표는 “대전 둔산동의 상가 4층에서 2년 동안 먹고 자며 연구를 이어 갔다”고 회상했다.
페리지는 택배처럼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보내는 서비스로 수익을 낼 계획이다. 전 세계 발사체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위성 발사 수요는 매년 두 배 이상 증가하고 있어 사업성은 충분하다. 미국 스페이스X의 대형 발사체 팰컨9에 위성을 실어 보내려면 2년을 기다려야 할 만큼 수요가 많다. 수백 개의 위성을 싣는 대형 발사체와 달리 소형 발사체는 개인 맞춤형 발사 서비스가 가능해 원하는 시간과 궤도에 정확히 수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신 대표는 “여러 부품 업체와 수송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5월 준궤도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이후 내년 소형 발사체 블루웨일1을 본격적으로 쏘아 올릴 것”이라고 했다.
페리지는 위성 업체뿐만 아니라 의약품 기업까지도 잠재적인 고객으로 보고 있다. 중력이 약한 우주에서 의약품을 제조하면 지구보다 더 다양한 단백질 결정을 제조하고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우주 개발 초창기인 중동과 동남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발사 서비스를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발사체 재사용 기술과 경량화 등으로 수송 효율을 높이고 발사 비용을 줄여야 한다. 특히 소형 발사체의 경우 크기는 작지만 내부 부품 등은 대형 발사체와 동일해 효율이 낮아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페리지는 지난해 11월 수직이착륙 시험에 성공해 2027년이면 발사체를 재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로켓 무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탱크를 탄소섬유 복합재(CFRP)로 제작해 경량화에 성공했다. 신 대표는 “발사체 재사용을 위한 유도항법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며 “발사체를 재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발사 단가를 낮추고 원가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오는 5월 우주항공청 개청과 함께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우주항공청이 대형 임무를 설정하면 스타트업이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정부는 민간이 자유롭게 임무를 설정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페리지도 발사체 기술을 활용해 여러 우주 탐사 미션을 수행할 것”이라며 “우주산업 관련 부품 개발과 심우주 탐사 등 뉴스페이스 시대에 걸맞은 종합 우주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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