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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문제 삼아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하면서 미·중 간 ‘통상 갈등’에 다시금 불이 붙었다. 중국은 IRA 전기차 보조금 지급에서 자국 기업이 배제되는 등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오히려 중국이 불공정 무역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미·중 간 무역 관계가 이미 무너졌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WTO 분쟁 해결 절차 돌입
26일(현지시간) WTO에 따르면 이날 중국 대표부의 제소로 IRA 관련 분쟁 해결 절차가 개시됐다. 중국 대표부는 “기후변화 대응, 탄소 배출 감축, 환경 보호라는 미명 아래 (IRA 보조금이) 실제로는 미국에서 상품을 구매·사용하거나 특정 지역에서 수입한다는 조건에 한해서만 지급된다”며 “여러 국가 중에서도 중국산 제품은 제외하고 있어 본질적으로 차별적 속성을 띤다”고 주장했다. 또 “IRA는 공정한 경쟁을 왜곡하고 글로벌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 및 공급망을 심각하게 방해해 WTO 규칙을 위반한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8월 시행한 IRA는 전기차,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7400억달러를 투입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대당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제공한다. 단 중국 자본 비율이 25%가 넘는 ‘외국 우려 기업’이 제조·조립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내년부터는 배터리의 핵심 광물을 우려 기업에서 조달한 경우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
○난항 예상되는 양국 간 협의
WTO 제소 절차에 따르면 제소국은 상대국에 분쟁 해결을 위한 양자 협의를 요청해야 하고, 요청받은 국가는 30일 이내에 제소국과 협의할 의무가 있다.하지만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성명에서 중국의 무역 관행을 비판했다. 타이 대표는 “우리는 협의 요청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중국은 불공정하고 비(非)시장적인 정책과 관행을 통해 공정한 경쟁을 약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제조업체의 지배력 강화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미 하원 중국특위 민주당 간사인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의원은 이날 한 세미나에서 “미·중의 무역 관계는 무너진 상태”라며 “중국이 공격적인 무역 및 덤핑 조치를 취소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당사국 간 협의가 실패하면 제소국은 WTO에 분쟁 해결 패널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패널 결정에 대해 상소하면 분쟁 해결이 마냥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WTO 분쟁의 최종심을 맡는 상소기구는 미국이 위원 선임을 거부하며 2019년부터 상소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이 때문에 중국의 WTO 제소는 상징적인 조치일 뿐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WTO를 이용한 글로벌 여론전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진핑, 美 재계 인사 만나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7일 베이징에서 퀄컴, 블랙스톤, 페덱스 등 미국 기업 경영자들과 회동했다.중국 관영매체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CEO, 라즈 수브라마니암 페덱스 CEO 등과 만났다. 시 주석이 미국 재계 인사들과 대면한 것은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방문 이후 처음이다.
시 주석은 “지금 형세에서 중국과 미국의 공동이익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더 증가했다”며 “경제·무역과 농업 등 전통적 영역이든, 기후변화·인공지능 등 신흥 영역이든 중국과 미국은 상대방 발전에 도움이 돼야지 방해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도 만난 시 주석은 뤼터 총리에게 “인위적인 기술 장벽을 만들고 공급망을 차단하는 것은 분열과 대립을 초래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ASML을 보유한 네덜란드에 미국 주도의 대중 견제 전선에 동참하지 말라는 경고를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경제/김인엽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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