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CEO·사진)은 27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HBM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을 극대화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고 용량을 키운 제품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인공지능(AI) 가속기(데이터 학습·추론에 특화된 반도체 패키지)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가격은 범용 D램 대비 다섯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53%의 점유율로 HBM 시장 세계 1위를 기록했다.
HBM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의 근거는 AI 가속기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곽 사장은 “AI에 대해 최소한 올해, 어떤 경우엔 내년까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며 “올해는 AI 시장이 계속 커지면서 작년에 이어 SK하이닉스의 매출 증가세를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력 제품인 일반 D램 업황도 개선 중”이라는 게 곽 사장의 진단이다. D램의 주요 고객사인 중국 서버·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조금씩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PC와 스마트폰용 D램 시장에선 ‘온디바이스 AI’(기기에서 인터넷 연결 없이도 스스로 작동하는 AI) 확산이 메모리 가격 상승세를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AI폰·PC에는 일반 제품 대비 3~4배 많은 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간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메모리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곽 사장은 “차세대 HBM인 ‘HBM4’와 AI 추론에 특화된 프로세싱인메모리(PIM), 고용량 서버에 적합한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D램으로 미래 시장의 변곡점에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인디애나주에 40억달러를 투자해 최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는다는 외신 보도와 관련해서는 “검토 중이지만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이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국제 반도체 콘퍼런스 ‘멤콘 2024’에서 CXL·HBM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황상준 삼성전자 D램개발실장(부사장)은 “올해 HBM 출하량을 작년 대비 최대 2.9배로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월 열린 ‘CES 2024’에선 HBM 출하량 목표치를 2.5배로 제시했었다.
황정수 기자/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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