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 도로 한복판을 달려 소동을 일으킨 타조가 한 달 전 짝을 잃은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전 9시 30분께 중원구 한 도로에서 "타조 한 마리가 도로를 돌아다닌다"는 내용의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신고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인근 도로를 수색해, 한 시간쯤 뒤인 오전 10시 25분께 상대원동 한 공장 건물 부지에서 타조를 발견, 무사히 포획했다.
이 타조의 이름은 '타돌이'로, 2020년 7월 생후 1년도 안 된 새끼 때 성남의 한 생태체험장으로 분양된 것으로 전해졌다. 탈출 당시 철제 울타리 틈을 비집고 탈출해 도로까지 나서게 됐다.
타돌이는 또래 암컷 타조인 '타순이'와 함께 분양돼 같이 지내왔는데, 지난달 타순이가 폐사하면서 한 달여 간 홀로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생태체험장은 타돌이와 타순이가 어릴 때부터 서로 친하게 지내왔는데, 갑자기 홀로 남게 되면서 스트레스를 적지 않게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타돌이의 탈출로 인명 및 재산 피해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현재 타돌이는 탈출 중 가벼운 찰과상을 입어 우리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타돌이의 탈출은 지난해 3월 서울어린이공원을 탈출한 얼룩말 '세로'와도 닮아있다. 세로의 탈출 사건은 외신도 집중해 보도할 만큼 당시 여러 사람의 관심을 받았다.
세로는 동물원에서 우리를 부수고 탈출해 서울 시내를 활보하다 붙잡혀 3시간여만에 돌아왔다. 세로 역시 2021년 엄마 '루루'를, 지난해엔 아빠 '가로'를 차례로 잃어 홀로 남았던 상태였다.
사건 후 세로의 전담 사육사인 허호정 어린이대공원 사육사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부모가 살아있었을 당시 세로는 모든 결정이 자기 판단력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부모를 따라다니며 모든 행동을 따라 했다"며 "갑작스러운 부모와의 이별로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룩말의 경우 추운 날에는 내실에 들어가서 자야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데, 세로는 그러지 못하고 멀뚱히 서 있기도 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