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에서 창업주의 배우자와 장녀 측이 법원과 국민연금의 지지를 받으며 승기를 잡았다. 모녀가 추진하는 OCI와의 통합에 반대하는 장·차남의 남은 희망은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다. 양측의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아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 안건 중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측이 추천한 6명의 이사 후보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하고, 형제 측이 낸 5명의 이사 선임안에는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날 밤 밝혔다.
다음날 열릴 한미사이언스의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모녀 측(이하 지분율 35%)과 임종윤·종훈 형제 측(28.42%)이 이사 선임안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인다. 앞서 형제 측이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5%)의 지지를 얻으며 승기를 잡는 듯했지만, 국민연금(7.66%)이 모녀 측 손을 들어주면서 전세가 뒤집혔다.
현재 양측이 확보한 한미사이언스의 우호 지분율은 모녀 측이 42.66%, 형제 측은 신 회장의 지분을 더해 40.57%다. 아직 차이가 크지 않다.
이제 형제 측이 기댈 곳은 소액주주들(16.77%)뿐이다. 한미약품그룹과 OCI의 통합을 막기 위한 한미사이언스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 전날 기각됐기 때문이다.
수원지법 민사합의 31부는 “송 회장 등이 경영권 또는 지배권 강화 목적이 의심되기는 하나, 2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투자 회사 물색 등 장기간에 걸쳐 검토한 바 있고, 이 과정을 볼 때 이사회 경영 판단은 존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가처분신청 기각 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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