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트·백화점·편의점 등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는 ‘과일’이다. 사과·배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유례없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과일(fruit)’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프루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정부는 과일 직수입 등에 1500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등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유통업계도 저마다 과일값 낮추기에 나섰다. 산지 직거래를 통해 유통과정·비용을 줄이는가 하면, 오렌지·바나나 등 수입과일 할인을 통해 수요를 분산시키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0일부터 인기 수입과일 1, 2위인 바나나와 오렌지를 정상가 대비 20% 할인하고 있다. ‘스위티오 바나나·감숙왕 바나나’ 한 송이를 4280원에, ‘미국산 네이블오렌지(7~11입)’을 9980원에 판매한다. 여기에 ‘디럭스 골드 파인애플’은 기존 대비 16% 저렴한 4980원, ‘페루산 애플망고(2입)’는 15% 할인한 1만1900원에 내놨다. ‘태국산 망고스틴(500g)’도 8980원에 선보였다.
이마트는 향후 키위, 체리도 애초 계획보다 물량을 더 많이 확보해 과일 가격 안정화에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4월 중순부터 제철을 맞은 뉴질랜드산 키위를 들여오고, 5월 중순부터는 미국산 체리도 선보인다. 이마트 관계자는 “시세가 많이 오른 국산 과일의 대체품인 수입과일의 가격을 낮춰 과일 수요를 분산하고, 과일 전체에 가격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조치”라며 “이 밖에도 자체 마진 감축, 대량 매입, 프레쉬센터 저장 등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통합소싱’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달 28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3주간 롯데마트·슈퍼의 통합 창립 행사 ‘THE(더) 큰 세일’을 진행한다. ‘마트와 슈퍼를 방문하는 고객에게 더 크고 더 저렴한 상품을 더 많이 드린다’는 의미를 담아 행사명을 정했다. 첫 타자로 28일부터 내달 3일까지 ‘고당도 자이언트 오렌지’(6개)를 개당 1660원에 판다.
이와 함께 한 송이당 2990원인 ‘B750 바나나’ 수입 물량도 늘리기로 했다. 롯데마트가 2020년부터 베트남에서 직소싱하고 있는 B750 바나나는 해발 750m 이상 고산지에서 재배한 바나나다. 필리핀산보다 약 30%가량 저렴하다. 롯데마트는 오렌지도 자이언트과를 추가로 확보해 작년보다 물량을 10% 늘리기로 했다. 뉴질랜드산 키위, 이스라엘산 자몽, 필리핀산 파인애플 등도 할인해서 판매할 예정이다.
백화점들 역시 생김새는 A급에 못 미치지만, 맛과 영양, 신선도는 다르지 않은 ‘못난이 과일’을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1년에 한 번만 진행하던 ‘언프리티 프레시’ 행사를 연 2회로 늘리기로 했다. 지난 17~21일 못난이 과일·채소 11종을 최대 58%까지 할인한 데 이어, 하반기에 행사를 한 번 더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도 상품성이 떨어지는 과일을 대량 확보해 원래 가격 대비 30~50% 할인 판매한다. 시즌 수입과일은 기존 박스 포장 규격을 줄여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고, 소규격 상품 라인업을 확대해 가격대를 낮추겠다는 설명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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