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윤병운號 출범 "난 CEO이자 영업맨"

입력 2024-03-27 14:49   수정 2024-03-27 15:01

이 기사는 03월 27일 14:4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NH투자증권 윤병운 호(號)가 본격 출범했다. 2018년 이후 6년 만에 새로운 수장이 NH투자증권을 이끌게 됐다. 증권 업황 위축, 내부통제를 비롯한 리스크 관리 등 산적한 과제들을 풀어내야 하는 윤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내부 역량 결집 및 밸류업 강조
NH투자증권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윤병운 신임 대표이사 사장 선임안을 의결했다.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윤 대표는 이날 취임사를 통해 "창립 55주년, NH금융지주 편입 10년차가 되는 뜻깊은 해에 대표로 취임해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다"며 "새로운 10년을 시작해야 할 NH투자증권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중심형 CEO’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윤 대표는 “CEO임과 동시에 여러분의 곁에서 영업맨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며 “영업직원들의 고충을 경청하고 직접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취임 후 첫 공식 행보로 전국 지점 순회 일정을 소화하는 등 현장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게 윤 대표의 구상이다. 이 외에도 △내부 역량 결집 △밸류업 △사회적 책임 강화 등도 핵심 과제로 꼽았다.

1967년생인 윤 대표는 1993년 NH투자증권의 전신인 LG투자증권에 입사해 기업금융팀장, 커버리지 본부장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꼽힌다. LG전자 1조원 유상증자, SK바이오팜 기업공개(IPO), 오스템임플란트 인수금융 주선 및 공개매수 주관 등 굵직한 딜을 주도했다. 정영채 전 대표와 함께 NH투자증권을 주식자본시장(ECM), 채권자본시장(DCM),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인수금융 등 IB 전 분야에서 최상위 경쟁력을 갖춘 하우스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다.

2018년부터 NH투자증권을 이끈 정영채 전 대표는 이번 주총을 끝으로 회사를 떠나게 됐다. 정 전 대표를 비롯해 증권업계에서 장기간 자리를 지킨 ‘82학번’ 출신 CEO들이 잇따라 퇴임하면서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갖춘 ‘젊은 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정 사장은 이날 퇴임식에서 “후배들의 역량을 믿기에 앞으로 NH투자증권이 더 발전하고 단단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NH투자증권은 이날 주총에서 민승규 세종대 교수와 강주영 아주대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 수습 과제
정 전 대표의 후광효과를 벗어나 뚜렷한 경영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게 윤 대표의 숙제로 꼽힌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매출 11조4438억원, 영업이익 725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9.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9.2% 늘어나는 등 선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침체 장기화와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등으로 실적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리스크 관리도 최우선 경영 목표다. 지난해 ‘뻥튀기 상장’으로 논란을 빚은 파두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을 압수 수색을 하는 등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인선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가 신경전이 불거진 것도 부담이다. 앞서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중앙회는 내부 출신인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신임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 하지만 금융지주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의 대치 구도가 외부로 표출됐다. 윤 대표가 최종 낙점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어도 취임 초기부터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수습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금융당국의 압박도 거세다. 금감원은 농협금융·농협은행·NH투자증권에 대한 수시 검사와 정기 검사를 진행 중이다. NH투자증권 대표 선임 절차 과정에서 불거진 그룹의 전반적인 지배구조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내 '세대교체'도 예고돼 있다. 윤 대표는 2018년부터 기업금융을 총괄하는 IB1 사업부 대표를 맡았다. 지난해 말 최승호 IB2 사업부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부동산 금융 등을 다루는 IB2 사업부 대표까지 겸직해 왔다. 이 때문에 IB 사업부의 빈자리를 누가 채울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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