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8시께 서울 4호선 길음역 앞 버스정류장. 운행 안내 표지판에는 '버스 파업, 타 대중교통 이용'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서울 평창동으로 출퇴근 하는 이주현씨(35)는 "회사가 구석진 곳에 있어 버스와 택시로만 출퇴근할 수 있다"며 "이러다 택시까지 못 잡아 지각할 것 같아 걱정"이라 말했다.
서울 시내버스가 12년 만에 파업에 돌입하면서 서울 직장인들의 출근길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날 이른 새벽에 결정된 파업에 출근길 시민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소식을 뒤늦게 접한 시민들은 부랴부랴 택시와 지하철로 몰렸다.
경기 남부와 서울을 연결하는 사당역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정상 영업 중인 광역 버스를 타고 경기도에서 서울로 넘어온 경기도민들은 사당에 도착해서야 버스 파업을 알게 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사당역 11번 출구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이모 씨(45)는 "이수역 방향으로 출근하는데 20분을 기다리고서야 버스 파업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이러다 지각할 것 같아 멀지 않은 거리지만 택시를 잡았다"고 했다.
버스노조의 파업 소식을 뒤늦게 접한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매일 오전 5시 서울 강남에서 경기도 화성까지 가는 통근버스를 탄다는 직장인 장상욱 씨(55)는 이날 대치동 자택에서 강남역까지 택시를 탔다. 그는 "협상 결렬을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에 통보해 소식을 듣지 못했다"며 "모든 버스정류장 안내판에 '차고지'가 떠 당황했다"고 했다. 서울시 버스노조는 이날 오전 2시 20분께가 되어서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의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시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서울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 정류장에서 만난 직장인 한재영 씨(37)는"버스를 20~30분 동안 기다리다가 지나가던 행인이 파업한다는 소식을 알려줬다"며 "파업을 할 거라면 최소한 시민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알려줘야 할 거 아니냐"고 토로했다. 직장인 김수환 씨(41)는 "시민이 협상 볼모인가"라며 "최소한의 인력이라도 남겨놔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인터넷·스마트폰 접근성이 낮고 거동이 어려운 노년층은 이번 파업 사태로 어려움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도 시흥에서 서울 흑석동 중앙대병원으로 통원하는 권우영 씨(73)는 이날 오전 사당역 버스 정류장에서 15분 넘게 간선버스를 기다렸다. 권 씨는 기자가 '파업 사태를 아시냐'는 질문을 하기 전까지는 "파업 사태를 아예 몰랐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노사의 빠른 협상 타결을 당부했다. 오 시장은 "시민의 발인 서울 시내버스는 많은 분의 생업과 일상이 달려있다"며 "시민의 일상을 볼모로 공공성을 해하는 행위는 그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사 간 양보와 적극적인 협상으로 대중교통 운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조속한 타결을 바란다"고 말했다.
박시온/안정훈/정희원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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