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28일 11:3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962년 강원도 정선 탄광촌에서 출범한 ST인터내셔널(옛 삼탄)은 한 때 인도네시아에서 서울시 크기 만한 탄광을 운영했다. 정선 탄광들이 문을 닫던 1980년대에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성공한 결과다. 여기서 캐낸 석탄을 팔아 상당한 현금을 쌓았다. 보유현금만 1조5000억원을 웃돈다. 이 돈을 굴려 연간 이자·배당 수입이 1500억원을 넘는다.
넉넉한 현금 덕분에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ST인터를 인수·합병(M&A) 시장 '다크호스'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 회사가 모처럼 인도네시아 기업을 사들이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T인터는 최근 인도네시아 상장사인 '트랜스콘 자야(PT Transkon Jaya)' 지분 83%를 300억원(공개매수 지분 매입 포함)에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트랜스콘 자야는 인도네시아 동칼리만탄주 발릭파판에서 임대 사업을 하는 업체다. 일반차량은 물론 버스, 경트럭을 주로 빌려주는 업체다. 현지에서 광산, 석유가스 사업을 하는 회사들이 주고객이다.
트랜스콘 자야는 2022년 매출 400억원, 순이익 30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말 순자산가치는 343억원으로 집계됐다. ST인터는 지난해 말 트랜스콘 자야 지분 74%가량을 260억원에 매입했다. 올해 2월에 추가로 지분 9.8%를 40억원에 매입했다. 지분 추가 매수는 인도네시아의 상장사 의무공개매수 제도에 따른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상장사 최대주주 지위에 오른 대주주가 소액주주들의 지분도 공개매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ST인터는 고 유성연 삼탄 명예회장과 삼천리 창업주인 고 이장균 회장이 공동으로 세운 회사다. 현재 ST인터 경영은 유성연 명예회장의 장남인 유상덕 회장이 맡고 있다. 이 회사는 한국의 탄광 사업이 쇠락한 1980년대에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현지 동부 칼리만탄주의 파시르 광산을 운영했다. 이 탄광의 면적은 509㎢로 서울시 전체 크기와 맞먹는다. 연간 110만t의 석탄을 생산해 연간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5위에 달하는 대형 탄광이다. 하지만 ST인터내셔널은 2017년 파시르 광산을 현지 기업에 6억1000만달러(약 8230억원)에 매각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말 기준 장단기 현금성자산(현금, 장단기금융상품, 매도가능증권 등)은 1조5393억원에 달했다. 이 현금을 두산에너빌리티 회사채, SK배터리아메리카 외화채권, 미래에셋증권 외화채권, 세아상역 신종자본증권 등으로 굴리고 있다. 투자수익도 많은 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이자·배당수익으로만 1403억원을 올렸다.
넘쳐나는 현금을 굴리기 위해 M&A 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2021년 인도네시아 발리의 리조트인 소피텔 발리 리조트·호텔을 943억원에 인수했다. 이 리조트는 398개의 객실과 17개의 빌라를 갖춘 5성급 호텔이다. 2021년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소수 지분 인수를 타진한 바도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ST인터는 현금이 넉넉해서 M&A에 늘 관심이 많다"며 "이 회사에 맞춤형 매물을 소개하려는 IB들도 적잖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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