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이하 한투운용) 사장이 "모든 산업에 인공지능(AI)이 활용될 것이고, 반도체는 AI 발전의 핵심 요소이기에 가격과 관계없이 포트폴리오에 반드시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 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시대의 아이콘 반도체, 어떻게 바라보고 투자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한투운용 간담회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하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우려가 있지만 위축될 필요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배 사장은 삼성자산운용에 재직하던 2002년 국내 시장에서 처음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들여온 인물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생소했던 ETF는 지난해 순자산 100조원 시대를 열며 주요 투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때문에 배 사장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ETF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반도체 내 특정 업종, 종목에 집중하면 업황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며 "메모리, 비메모리, 파운드리, 소부장을 포트폴리오에 담은 ETF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소개했다.
간담회의 기조 연설은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대 교수가 맡았다. 밀러 교수는 베스트셀러 '칩 워(Chip War·반도체 전쟁)'의 저자다. 밀러 교수는 반도체 산업을 인류 역사상 가장 복잡한 제조업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AI 시스템이 고도화하며 고성능 칩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은 수년간의 연구 개발과 막대한 자본 투자를 통해 장벽을 세운 소수 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입 장벽이 높아질수록 상위 기업으로의 집중 구도가 더욱 공고화된다"며 "반도체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독점 기업에 대한 분석이 꼭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는 "중국 반도체 산업은 급성장 중이지만 대내외 요인으로 인해 지속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며 "미국은 동맹국 주도의 글로벌 반도체 산업 재편, 일본은 반도체 제조업 분야에서의 재도약과 차세대 기술 주도 계획을 모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권 교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경제뿐 아니라 안보 분야에서도 뜨거운 이슈"라며 "대만의 TSMC가 자연재해, 양안 갈등을 우려해 일본 등 해외에 공장을 짓고 있는 것처럼 반도체 산업은 국가 전략산업으로서 첨단기술 보호와 다자간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전년 대비 대폭 성장할 것"이라며 "과거 스마트폰과 PC가 주도하던 반도체 시장은 향후 모빌리티와 산업용 반도체가 이끌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2027년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1370억달러(약 184조원)까지 커질 것"이라며 "국내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2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여 4분기 성장세로 전환, 올 하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개선될 것"으로 관측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주목해볼 것을 권했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선 후발주자지만 LPDDR(저전력 D램) 시장에선 앞서 있다는 분석이다.
LPDDR은 HBM보다 가격이 싸고, 전력을 덜 소모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는 "현재 LPDDR은 모바일 기기에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서버에도 탑재될 것"이라며 "메모리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돼 실적은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산업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투자 상품을 잘 선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승현 한투운용 ETF컨설팅담당은 "한투운용의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 ETF는 AI 발 반도체 산업의 수혜가 반영된 상품"이라며 "챗GPT가 등장한 2022년 11월 이후 126.75% 오르며 국내 반도체 ETF 수익률 1위(레버리지 제외, 27일 기준)를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해당 ETF의 1년 수익률은 85.82%, 6개월 수익률은 64.68%이다.
그러면서 "이 상품엔 반도체 시장 투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승자 독점 원칙을 고스란히 담았다"며 "글로벌 반도체 영역별 1위 종목에 집중 투자 및 미국 중심의 4개국 반도체 동맹(CHIP4) 분산 투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ETF는 삼성전자, TSMC, 인텔, 엔비디아, ASML 등을 담고 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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