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장원영 덕분에 데뷔? 장다아가 밝힌 답 [인터뷰+]

입력 2024-03-28 16:15   수정 2024-03-28 16:16



'장원영 언니'의 배우 데뷔. 신예 장다아의 타이틀이었다. 장다아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에서 악의 축 백하린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첫 연기, 첫 작품이었지만 비중 있는 캐릭터로 주인공 성수지 역의 김지연과 팽팽히 맞서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28일 서울시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마주한 장다아는 "오랫동안 꿈꿔왔고, 스스로 연기하면서 재밌게 했고, 기대했던 캐릭터였다"면서 "백하린 캐릭터가 선물처럼 와서 너무 좋았다"면서 '피라미드 게임'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피라미드게임'은 한 달에 한 번 비밀투표로 왕따를 뽑는 백연여고 2학년 5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학생들의 잔혹한 서바이벌을 그렸다. 장다아가 연기한 백하린은 피라미드게임의 설계자인 2학년 5반 악의 축이었다.

장다아의 비주얼과 분위기 또한 극의 몰입을 도왔다. 인형 같은 외모에 긴 웨이브 머리, 단정한 교복, 하얀 피부로 완전무결한 인물인 백연그룹 손녀 백하린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장다아는 하린에게 심경 변화가 생기자 각성하듯 과감하게 머리를 자르고 단발로 등장, 그의 어둡고 독기 있는 분위기를 한층 더 뿜어내며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장원영의 언니'가 아닌 '대체할 수 없는 배우'라는 타이틀이 갖고 싶다는 장다아는 "이번에 받은 피드백을 가감 없이 받아들이고, 다음번엔 그런 부분들을 지워나가고 싶다"면서 열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동생 장원영과 주변의 편견에 대해 솔직한 심정도 전했다.

다음은 장다아와 일문일답.

▲ '장원영 언니'로 주목받았는데, 작품을 마친 후 호평도 받았다. 첫 작품 마친 후 마음이 남다를 거 같다.

오랫동안 꿈꿔왔고, 스스로 연기하면서 재밌게 했고, 기대했던 캐릭터였다. 많은 분께 사랑받은 거 같아서 좋았다. 많은 공부와 자극이 돼 기회를 준 감독님께도 감사했다. 백하린 캐릭터는 나에게 선물 같았다. 이제 모니터를 하면서 아쉬운 부분에 대해 피드백을 하면서 '다음에 어떻게 보완할까'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런 시간을 통해 촬영하면서 제가 미처 챙기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더 자세하게 표현하려 한다.

▲ 개인적으로 첫 연기에 대한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주고 싶은가.

객관적인 평가가 되려면 시청자들의 평가가 중요하지만, 제가 노력한 부분들을 생각한다면 10점 만점 중 7점 정도 되는 거 같다.

▲ 첫 연기인데 큰 역할을 해냈다. 어떻게 오디션에 합격한 거 같나.

오디션을 볼 때 백하린이 아닌 여러 친구를 같이 봤다. 수지가 정해져 있어도 수지의 대본을 읽기도 했다. 처음에 백하린이 될 거라 생각도 못 했다. 제가 백하린으로서 매력을 보여드린 게 있다면, 약간의 몸짓이나 눈빛이나 연기톤에서 제가 가진 매력을 보여주지 않고, 누군가를 흉내 내지 않았던 부분을 좋게 봐주신 거 같다. 감독님도 25명이 각각의 색을 보여주는 데 염두에 두셨다고 하는데, 저의 솔직함을 봐주신 거 같다.

▲ 공개 전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동생도, 주인공 김지연과도 같은 소속사라 이 부분에 대한 편견도 있었다.

연기를 할 땐 본질만 생각했다. 가장 단순한 게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했다. 연기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다른 것에 관심을 뺏고 싶지 않았다. 감독님과도 많은 상의를 했다.

▲ '장원영 언니'라는 수식어를 얻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제가 의도한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알려진 거다. 어릴 때부터 연기를 좋아했고, 연기를 하는 과정이 데뷔로 이어지면서 우연히 가는 길이 겹친 거 같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부터 연기에 관심은 있었다. 워낙 드라마, 영화, 뮤지컬을 좋아했고, 그러다 '해보고 싶다'는 환상이 있었고, 학창 시절을 지나면서 계획이 커진 거 같다. 선택에 후회는 없다.

▲ 데뷔 전부터 '장원영보다 더 예쁜 언니'로 입소문을 타지 않았나.

어디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웃음) 그런 얘기가 있을 땐 연기를 시작하기 전이라 학교생활만 하고 있을 때였다. 가까운 친구들끼리만 (동생이 장원영인 걸) 알고 있었다. 데뷔를 한다고 해서 딱히 더 신경 쓰진 않았다. 물론 연기를 하게 되면 ('장원영 언니'라는 게) 오픈이 될 거라곤 생각했다.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최대한 늦출 만큼 늦췄다고 생각한다.(웃음) 저도 저의 의도와 상관없이 공개된 것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 자신과 같은 회사와 계약했다는 얘길 들은 장원영의 반응도 궁금하다.

서로의 일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거의 피드백을 하지 않는다. 연기한다고 했을 때도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 하나 보다' 그렇게 했다. 저도 동생에게 일로 피드백하지 않는다. 마음속으로 응원을 전하는 정도다.

▲ 길거리 캐스팅이나 다른 회사와의 인연은 없었을까.

길거리 캐스팅도 한 번도 제안 안 받았다. 학교 안에서만 살아서 그런 거 같다. 학창 시절에는 학교생활만 충실히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보고 싶은 부분에 대해 문을 두드렸다. 동생이 있어서 과분한 시선과 기대를 해주시는 거 같다. 기대해주시는 거만큼 실망하게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부모님도 제가 연기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계셨다. 이루고자 하는 시도, 노력의 첫 단추를 끼운 것에 진심 어린 응원을 해주셨다.

▲ 무용했던 이력이 연기에 도움이 됐나.

백하린 설정에 무용이 있더라. 대본 초반엔 무용 설정이 없었는데, 후반부에 나오는 걸 보고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안무도 같이 넣고, 감독님께도 영상을 찍어서 '이런 느낌으로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먼저 제시를 했던 거 같다.

▲ 타인을 짓밟을 때 보여주는 '발연기'도 하린의 보여주는 큰 포인트였던 거 같다.

감독님의 연출적인 방향이었다. 하린이가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다 보니 얼굴이나 손, 발에 클로즈업을 해서 그 느낌으로 감정을 표현을 한 거 같다. 감독님께서 디렉션을 구체적으로 주셨다. 하린의 어떤 면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 느낌으로 표현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시면 그 부분에 집중했다.

▲ 본명은 장진영인데, 가명을 쓰고 있다.

어릴 땐 중성적인 이름이 싫어서 개명하고 싶다고 조르기도 했다.(웃음) 그래서 가명을 쓸 기회가 생겼을 때, 최대한 열리고 부드러운 이름을 갖고 싶었다. 다아는 어느 날 딱 떠오른 이름이었다. 부드럽고, 열린 느낌이라 하게 됐다. 많을 다에 힘빛 아를 했다. 발음 위주로 이름을 찾고, 거기에 있는 한자가 뜻이 좋아서 했다.

▲ 열심히 준비하고, 촬영했지만 코로나19로 제작발표회 때 참석하지 못했다.

감독님이 마음 쓰지 말라고 하고 현장 사진도 공유해주셨다. '너무 재밌겠다' 싶고, 아쉽기도 했다. 무엇보다 시사회에 참석하지 못해 아쉬웠다. 그래서 처음 작품이 공개됐을 때 정말 재밌게 봤다. 완성본을 본 건 처음이었는데, 모니터에 제가 연기하는 모습이 나가는 걸 보면서 '아, 나 진짜 배우 됐구나' 싶었다. 그런 감정을 느낀 후 냉정해지려 했다. 제 연기에 좋은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었을 텐데, 그런 피드백을 가감 없이 받아들이려 했다. 그래서 다음번엔 피드백이 보완돼 그런 얘기가 안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변화를 가지려 했다.

▲ 강렬한 악역을 연기했는데, 또 어떤 연기를 보여주고 싶나.

이번엔 사이코패스적인 모습을 보여줬는데, 4차원적이고 밝고, 명랑한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 또 한편으로는 거침없고 진취적인 캐릭터도 표현하고 싶다. 제 실제 성격도 반영될 거 같다. 초등학교 때부터 박지은 작가님의 작품들을 좋아했고, 어릴 때 노희경 작가님의 '괜찮아, 사랑이야'를 보면서 연기 영상을 찍어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 작품,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 똑 부러지는 입담이다. 연기 외에 MC나 다른 분야에도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있나.

아직은 연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드라마나 영화로 인사드리고 싶다. 아직 그런 꿈은 키워본 적이 없다.

▲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하고 싶나.

자연스러운 울림을 드리고 싶다. 열정을 반영해야지, 열정을 드러내야지 하면서 과하게 나오는 부분을 경계하고 조심하고 싶다. 조금은 더 과하지 않게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고 싶다. 그래서 '다음이 예상되지 않는 배우', '대체될 수 없는 배우'라는 타이틀로 하고 싶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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