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을 되살리기 위해 ‘농산업 혁신 벨트’를 시·군 단위로 구축한다.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숙박업 실증 특례도 전국으로 지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농촌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대책을 내놨지만, 구체적 실현 방안이나 목표치는 비어있어 자칫 ‘맹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농산업 혁신벨트'로 일자리 창출
농림축산식품부는 28일 이런 내용이 담긴 '새로운 농촌(New Ruralism 2024) 패러다임에 따른 농촌소멸 대응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국민 모두에게 열린 살고, 일하고, 쉬는 새로운 농촌이라는 비전 아래 농촌 청년인구를 지난해 21.4%에서 2027년 22.0%로 높이고, 농촌 지역의 생활인구와 관계 인구를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농식품부는 농촌의 일자리와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농업 관련 제조·가공 등 전후방 산업 기반을 연계한 농산업 혁신 벨트를 시·군 단위로 구축할 예정이다. 농촌 소멸 고위험 지역엔 읍·면 단위 소규모 특구 제도인 자율규제 혁신지구(농촌형 기회발전특구)를 도입하고 입지규제를 완화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자율규제 혁신지구를 추진할 수 있는 특별법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토지 활용도도 높인다. 전국에 약 2만1000㏊로 추정되는 3㏊ 이하 자투리 농업진흥지역은 단계적으로 해제하고, 지정목적을 상실한 약 3600㏊ 규모의 산지전용·일시 사용 제한지역도 해제할 방침이다.
농촌 빈집활용을 늘려 농촌 생활인구·관계 인구를 창출한다는 전략도 마련됐다. 빈집을 활용한 숙박업 실증 특례의 경우 적용 지역을 현행 5개 도에서 전국으로, 대상을 50채에서 500채로 각각 확대된다. 영업일수 제한(300일)도 폐지된다. 매매할 수 있는 빈집 정보와 민간 플랫폼을 연계해 개인 간 거래를 촉진한다는 구상도 이번 대책에 담겼다. 농촌 3대 은행인 빈집은행과 농지은행, 재능은행을 통해 농촌에 관심 있는 도시민 등을 대상으로 정보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농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139개 농촌지역 시·군별로 3개 내외의 재생활성화지역을 설정할 예정이다. 지역거점 공공병원의 시설과 인력 지원을 강화하고, 왕진 버스와 보건소를 통해 모바일 원격협진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농촌 소멸 위험도도 세분화된다. 송 장관은 "읍·면 단위로 소멸 위험도를 판단하고, 인구지표뿐만 아니라 농업 관련 지표도 함께 고려해 고위험지역을 세분화하겠다"고 했다.
"이민 정책은 후속으로"
농촌 소멸은 도시 지역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농촌의 읍·면 인구는 2022년 961만명에서 2050년 845만명으로 약 12%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총인구 감소율(9%)보다 빠른 속도다.이런 상황에서 발표된 이번 추진 전략을 두고 "내용은 많지만 구체성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농촌 일자리 활성화 대책의 핵심인 농산업 혁신 벨트 구축의 경우 어느 지자체에 얼마나 만들겠다는 것인지 목표치가 불명확한 상황이다.
농어촌상생협력 기금 모집도 성과가 부진하다.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 재단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6년까지 10년간 연간 1000억원씩 총 1조원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로 만들어진 농어촌상생협력 기금의 조성금액은 이날 기준 약 2261억원으로 집계됐다. 송 장관은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하겠다"고 했다.
이날 발표된 대책에 따라 필요한 재원이 총 얼마인지도 제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송 장관은 "기존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많기 때문에 추가 재정투입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1주택자가 인구 소멸 지역에 주택을 추가 매입했을 때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 등 혜택을 부여하는 '세컨드 홈' 정책에 대해선 농촌 소멸 위험도가 평가된 다음에 구체적인 내용을 정할 수 있다고 했다. 송 장관은 "이민 정책 관련 내용은 후속으로 다루겠다"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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