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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행동경제학 창시자'로 불리는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가 27일(현지시간)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프린스턴 대학이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사망 원인이나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카너먼 교수는 동료인 아모스 트베르스키와 함께 ‘인간의 경제적 활동과 결정은 이성보다는 본능에 충실해 좌우된다’는 연구를 통해 인간을 '합리적 행위자'로 규정하던 기존의 경제학 이론을 재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2년 카너먼은 경제학에 심리학의 통찰력을 융합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비경제학자로서는 최초 수상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카너먼의 동료 연구자인 트베르스키가 1996년 사망하지 않았더라면 이 영예를 함께 공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34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태어난 카너먼 교수는 1958년 미국으로 건너가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60년대 초부터 심리 실험을 이어오다 1970년대에 인지 심리학자인 트베르스키를 만나 1996년 트베르스키 사망 전까지 협력자로서 함께했다.
두 학자는 1974년부터 의사결정을 연구하기 시작해 사람들이 종종 경험법칙에 의존해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경향성을 실험을 통해 발견했다. '동등한 이익보다 손실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손실 혐오' 개념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이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이론이다. 그는 1979년 동료 트베르스키와 공동으로 해당 연구를 발표하며 '전망 이론'을 확립했다. 이는 심리학과 경제학을 넘어 법률, 정책 결정, 투자 관리 뿐만 아니라 대규모 사회기반 프로젝트 등 분야에서도 널리 활용됐다. 카너먼은 2011년 그의 저서 '빠르고 천천히 사고하기'를 출판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확보하기도 했다.
행동경제학 저서 '넛지'의 저자이자 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와는 1970년대 후반부터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일러 교수는 카너먼의 연구에 대해 “지구가 둥글다고 발견해 탐험가들을 출발하게 한 사람과 비슷하다”며 그가 행동경제학을 수립하게 한 원조라고 평가했다. 세일러는 이날 SNS를 통해 "카너먼과 수십년동안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낼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었다"며 "우리는 보통 대화를 끝낼 때 '다음에 이어나가자'로 끝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됐다"며 애도를 표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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