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 프레임 중 하나로 ‘경제 폭망론’을 들고나온 건 그런 측면에서 과연 이재명다운 영민함이다. 정치 양극화라면 미국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한국에서 이 대표가 “경제가 폭망했다”고 하면 지지자들은 실제로 그렇다고 믿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경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도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건 사실이지만, 폭망했다고까지 할 만한 수준인가”라며 의아해하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경제가 어려운 게 정말 윤석열 정권의 실정 때문인가’라는 물음에는 더욱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시장금리가 높아진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서다. 한국은행이 나 홀로 저금리 정책을 폈다면 환율이 폭등해 그야말로 폭망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틈만 나면 시중은행을 압박해 대출금리를 눌러온 게 윤석열 정부다. 금리는 최대한 누르면서도 물가를 관리하느라 빵 서기관, 라면 사무관까지 다시 등장시켰다.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어쨌든 어려운 여건에서도 고금리·고물가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름 선방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정치 성향이 경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을 왜곡시키는 현상이 우려되는 이유는 결국 잘못된 정책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거시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사라지고 지지층에 구애하는 포퓰리즘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소득주도 성장’과 같은 족보에도 없는 정책이 버젓이 시행된 건 정치 양극화가 초래한 반지성 탓이다.
대기업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국민들에게 1인당 25만원씩 나눠주자는 이 대표 주장도 그런 면에서 맥을 같이한다. 돈을 풀면 물가가 더 오를 것이란 비판 같은 건 애초에 관심조차 없다. 한국은 원래 이런 ‘혹세무민’이 먹히는 사회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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