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은 이날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김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결의했다. 동원그룹 회장직은 2019년 김 명예회장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경영 일선에서 은퇴한 뒤 5년간 공석이었다.
김 회장은 김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1998년 동원산업에 입사했다. 엄격한 부친의 가르침에 따라 참치 통조림 공장 생산직을 거쳤고, 영업부 사원으로 백화점 등에 제품을 배달하며 현장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동원F&B 마케팅전략팀장,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 미국 스타키스트 최고운영책임자(COO), 동원엔터프라이즈(현 동원산업 지주 부문) 부사장 등을 지냈다.
부회장에 오른 뒤엔 10년간 10여 건의 인수합병(M&A)과 기술 투자를 진두지휘하며 수산, 식품, 소재, 물류로 이어지는 그룹 4대 사업의 밸류체인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5년 축산 도매 온라인몰 금천을 인수해 수산 식품에서 축산물 유통으로 식품 사업 영역을 넓혔다. 2017년엔 종합물류기업 동부익스프레스를 사들여 물류 사업을 확장했다. 또 원통형 배터리 캔 제조사 엠케이씨 인수를 통해 2차전지 패키징 등 첨단소재 분야에 진출했다. 김 회장 주도로 최근 4년간 미래 먹거리 발굴에 투자한 금액만 1조3000여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 그룹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식품 부문은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낸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공격적인 M&A를 통해 식품 부문 해외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며 “스타키스트가 보유한 현지 유통망을 통해 동원F&B 제품을 판매하거나 새로운 합작 브랜드를 만드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스타키스트는 2008년 동원이 인수한 미국 가공참치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1969년 설립된 동원그룹은 사업 지주사인 동원산업 산하에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동원로엑스, 스타키스트 등 18개 자회사와 26개 손자회사를 보유한 기업 집단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동원그룹 매출은 10조원(단순 합산 기준)을 넘었다. 김 회장은 동원산업 주식 46.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 명예회장이 두 번째로 많은 16.7%를 갖고 있다. 김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김 회장의 형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한국투자증권 등 금융 사업을 이끌고 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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