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정부가 멕시코와 함께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추진한다. 미국 반도체 공급망에서 대만이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중국과 대만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며 반도체 공급망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정책이란 평가가 나온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멕시코와 공동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2022년 제정된 반도체 법(CHIPS Act)을 통해 확보한 5억달러 중 일부를 이번 협력안에 쓸 예정이다.
멕시코 산업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자동차부터 의료기기까지 필수품 제조 과정에서 반도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이번 협력은 탄력성있는 반도체 공급망을 갖추는 게 핵심이다"라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멕시코의 기존 반도체 산업 실사와 규제 프레임워크, 인력 수요에 대한 평가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정확한 시점과 계획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멕시코를 통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 또 반도체 주요 시장인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한 정책이란 분석도 나온다. 포브스에 따르면 대만은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를 대비해 별도 공급망을 마련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반도체 공급망 중심지를 북중미지역으로 옮기려 했다. 멕시코, 캐나다와 공조해서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취지였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월 3개국 정상회담을 갖고 반도체 투자를 위한 포럼을 구성했다. 이후 지난해 5월 반도체 산업의 '니어쇼어링(우방국으로 생산기지 이전)' 강화를 위한 '경쟁력 위원회'를 출범했다.
미국이 반도체 분야의 북미 공급망 강화를 주장하는 것은 특히 멕시코를 분업 구조의 파트너로 삼았다는 평가다. 멕시코의 값싼 노동력은 미국 대기업들의 투자와 생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반도체 법에 따라 생산기지가 미국 남부 텍사스주에 증축되면서 노동 수요도 증가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협력체계가 공고해졌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