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29일 11:1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남양유업의 '홍원식 회장 체제'가 막을 내렸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경영권을 확보한 데 이어 이사진도 장악했다. 홍 회장은 행동주의펀드 측 주주제안만은 반대표를 던졌는데 한앤코와의 갈등 소지를 차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원식 회장은 오늘(29일) 열린 남양유업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앤코가 요구한 이사진 선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윤여을(한앤코 회장)·배민규(한앤코 부사장) 기타비상무이사 신규선임의 건 △이동춘(한앤코 부사장) 사내이사 선임의 건△이명철(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이사장) 사외이사 신규선임의 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95%의 찬성표를 얻었다.
앞서 한앤코가 홍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 행사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홍 회장에 비토(사안의 결정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한앤코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으로 정족수 부족에 따른 주총 무산을 유도할 가능성도 있었다. 이 경우 한앤코가 임시 주총을 소집하는 날까지 협상 시간을 벌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한앤코 이사진에 힘을 실어주면서 '홍원식 체제'도 막을 내리게 됐다.
한앤코와 5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갈등을 키우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홍 회장은 여기에 남양유업 고문 자리도 요구하는 상황이다. 3년 전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당시 한앤코와 별도의 주주간협약(SHA)을 통해 합의한 '고문 선임'을 이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차량과 사무실 제공도 요구했다. 실제 양측이 합의한 SHA에 이 같은 내용이 명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가 올린 주주제안만 반대표를 던진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남양유업 지분 3%를 보유한 차파트너스는 앞서 발행주식을 10대1로 액면분할하기 위해 정관 일부를 변경하는 안건을 제안했다. 홍 회장은 여기에 반대표를 행사했는데 한앤코의 심기를 굳이 거스르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한앤코 입장에선 액분 시 주주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안건은 93.5%의 반대표를 얻어 부결됐다.
홍 회장이 한앤코에 손을 내밀면서 한앤코가 고문 자리를 승낙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한앤코는 주총 직전까진 고문 선임에 대해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남양유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사명 변경까지 검토하는 상황에서 홍 회장을 고문으로 남겨두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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