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산문도 아닌 글.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인생의 무게 때문에, 슬픔 속에 잠들고 고독 속에 눈뜨는 이들에게 숨 쉬듯 읽히는 글이 되어 전해지길 바랄 뿐이다.”
저자의 프로필을 읽고 책을 펼치면 산문을 시처럼 쓴 글귀가 눈길을 끈다. “좋을 때 너무 기뻐해서 길을 잃지 말라. 화날 때 너무 분노해서 길 밖으로 가지 말라. 아플 때 너무 슬퍼해서 길을 포기하지 말라. 신날 때 너무 좋아해서 길에서 놀지 말라.” 이런 문장을 읽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면서 마음으로 음미하게 된다.
기독교출판문화상을 네 차례 수상한 김남준 작가는 총신대학교 교수이자 열린교회 목사로 일하면서 40만 부 넘게 팔린 <게으름>을 비롯해 <영원 안에서 나를 찾다>, <염려에 관하여> 등을 펴냈다.
저자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세월이 흐른다는 사실에 오롯이 외로움을 느낀’ 조숙한 아이였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의문을 안고 산다. 저자는 이 책에 삶에 품은 깊은 의문을 하나씩 풀어나간 기록을 진솔하게 담았다.
어른이 되고, 목사와 교수가 되고, 작가가 된 이후에도 방황했던 그는 기독교 사상가 아우구스티누스를 만나 많이 울었고,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이 겪은 뜨거운 사랑과 외로운 고뇌를 정리하며 종교와 상관없이 인간으로 살아가야 하는 모든 사람과 나눌 이야기를 찾았다.
“내가 날 떠나 어디로 갈까,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 생각이 가벼울 때 인생이 무겁다, 공간은 주고 시간은 빼앗아간다, 있는 것은 없는 것이다,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을 때, 늦게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찾으면 발견하게 되리라.”
마음을 비우고 저자가 고뇌하며 만난 새로운 상황들을 전달받으면 감동과 함께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열네 살 사춘기 시절, 저자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마음은 슬픔으로 찢어지는데 이유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득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세계는 무엇인가, 신은 존재하는가’ 같은 질문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 네 가지 질문이 계속 자신을 괴롭혔다. 급기야 열아홉 살에 인생을 끝내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스물한 살에 기독교에 귀의했다. 잠시 마음에 안정을 찾았으나 인생의 무게는 그대로였다. 진리가 가혹하리만큼 느리게 다가오는 동안 그는 수없이 방황했고, 그 길에서 아우구스티누스를 만난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책을 읽으며 ‘지식이 많다고 행복하지 않다, 지혜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지식은 시간적인 것들을 아는 거다. 지혜는 영원한 것들을 아는 거다’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시야가 넓어졌다.
“공간은 우리가 사랑할 것을 제시하나 시간은 그것을 빼앗아가 버린다”라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문장에서 저자는 ‘누가 날 외롭게 한 게 아니었다. 나의 정신이 놀아난 거다. 공간과 시간의 장난질이었다’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러면서 ‘사라질 것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더 이상 아프지 말자. 인생은 잠깐이고, 살아 있는 날을 죽은 자처럼 살기 싫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던 밤>에는 특별히 ‘사랑’에 대한 주옥같은 문장이 가득하다.
“수많은 사람에게 분에 넘치게 사랑을 받아도 외로울 수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이라도 끝까지 사랑하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너무 빠른 이별이 없듯이 너무 늦은 사랑도 없다. 사랑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는 것 말고는”, “사는 게 사랑하는 거고, 사랑하는 게 아는 거라고. 알아서 사랑할 수 있고, 사랑해서 알 수 있는 거라고” 같은 문장들이다.
저자는 여덟 편의 글을 “자기 삶을 살고 싶었던 한 사람의 이야기, 그저 생각할 용기를 낸 기록”이라고 소개하면서 독자들에게 “강요받은 삶은 발로 걷어차라! 자기가 선택한 삶을 살다 죽으라! 그러지 않으면 삶의 보람을 느끼지 못하리라”고 당부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