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선에서 4·10 총선 강북을 후보로 결정된 XXX 변호사가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 위원장은 비례대표 순번 발표 이후 보도자료를 내고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총선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각당 공천 과정과 공천자 선정을 두고 연일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우리말 관점에서도 주목해볼 만한 말이 있었다. ‘후보직’이 그것이다. 자주 지면에 오르고, 무심코 흘려보내곤 하지만 한편으론 눈에 거슬린다. 이 말의 정체는 무엇일까?
일단 ‘후보’란 ‘(선거에서) 어떤 직위나 신분을 얻으려고 일정한 자격을 갖춰 나선 사람’을 뜻한다. ‘직’이란 ‘맡은 직위나 직무’를 말한다. “그는 여러 직을 두루 거쳤다” “경비직을 그만뒀다”처럼 쓴다. 사제직이나 장관직, 경비직 같은 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직’과 결합하는 말이 구체적 직위나 직무를 나타낸다는 점이다.
그런데 ‘후보’는 어떤 직위를 얻으려고 나선 사람을 가리킨다. 후보 자체는 직위나 직무가 아닌 것이다. 그러니 ‘후보직’이란 말은 성립하지 않는 말이다. 홍길동이란 사람이 “국회의원 후보로 나섰다”라고 하고, 그가 물러났다면 “국회의원 후보를 사퇴했다”라고 하면 그만이다. ‘후보직 사퇴’가 아니다.
우리가 쓰는 말 중에 이런 비논리적 표현이 의외로 많다. ‘수입산’도 그런 오도된 말의 실태를 보여주는 대표적 예다. 이 말의 오용 배경도 ‘후보직’과 비슷하다. ‘-산(産)’은 (지역이나 연도를 나타내는 말 뒤에 붙어) 거기에서 또는 그때에 산출된 물건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한국에서 만들어졌으면 한국산이고, 미국에서 들어왔으면 미국산이다. 2020년에 생산한 자동차라면 ‘2020년산 자동차’다. ‘-산’은 그렇게 쓰는 말이다.
그런데 ‘수입’은 다른 나라로부터 상품이나 기술 따위를 국내로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수출’과 반대 개념의 말이다. 그러니 여기에 왜 ‘-산’이 결합할 수 없는지 자명해진다. 하지만 현실은 ‘수입산 쇠고기’ 등 ‘수입산 ○○’ 표현이 넘쳐난다. ‘수입 쇠고기’라고 하면 그만이다.
예전에는 ‘가짜 박사 행세’를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서 이들을 다룬 사건 기사가 약방의 감초처럼 눈길을 끌었다. ‘가짜 의사’니 ‘가짜 공무원’이니 하는 이들도 그 ‘행세’ 대열에 끼곤 했다.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까닭인지 요즘은 좀 낯선 얘기들이 지면을 장식한다. “제주서 가짜 농부 행세한 ○○ 사람들” “‘가짜 안내견’ 행세시키는 비양심 반려인들” 같은 게 그것이다.
이런 표현 역시 모두 이치에 맞지 않는 것들이다. ‘행세’란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당사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짓’을 말한다. 주인이 아닌 사람이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이고, 공무원이 아닌데 “공무원 행세를 한다”고 말한다. 의사나 박사가 아니면서 의사인 척, 박사인 척했다면 그냥 ‘의사 행세’ ‘박사 행세’를 한 것이다. ‘가짜 의사 행세’ ‘가짜 박사 행세’를 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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