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관세 구조가 2005년 기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평균보다 낮은 5% 수준이라는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북한은 농축수산물에는 낮은 관세를 적용하고, 원자재에서 최종재로 갈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관세가 낮더라도 중앙집권적 통치 등 비관세장벽이 무역 거래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9일 북한경제리뷰를 펴냈다. 최장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은 ‘북한의 관세 및 비관세 제도 분석과 국제사회 편입에 대한 시사점’에서 사상 처음으로 북한의 관세율표를 소개하며 이같이 분석했다.
북한은 무역법과 세관법, 관세율 편람 등 관세와 무역제도를 규정하는 법·제도가 있지만 한국에 비해 늦게 제정됐다. 무역법과 세관법의 제정 연도는 각각 1997년과 1983년, 관세율 편람의 편찬 시기는 2005년이다. 최 연구위원은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선 국가에서 파생한 법이 궁극적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본다”며 “법 제정이 늦은 것은 법의 역할이 없어서라기보다, 사회주의 제도 자체의 특성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KDI에 따르면 외화 관세율을 기준으로 할 때 2005년 북한 명목 관세율은 평균 5.5%, 실질 관세율은 평균 4.6%였다. 북한의 내화 기본관세율은 명목 기준 평균 4.9%, 실질 기준 평균 4.2%로 외화 기본과세율보다 낮았다. 2005년 WTO 회원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의 평균 명목 관세율 수준은 8.1%로 북한보다 높았다.
북한의 명목 관세율은 원자재 3.1%, 중간재 4.6%, 소비재와 자본재는 각각 7.8%와 6.2%였다. 원자재에서 최종재로 갈수록 관세율이 높아지는 전형적인 ‘경사관세 구조’라는 설명이다. 반면 실질 관세율은 원자재의 경우 0.1%로 무관세에 가까웠고, 중간재와 소비재가 각각 4.0%와 3.8%로 소폭 낮았다. 최종재 중에선 자본재의 실질 관세율이 8.0%로 가장 낮았다.
최 연구위원은 2005년 기준 북한의 관세에 대해 △농축수산품에 대한 낮은 관세율 △식품 가공 및 섬유·의류제품에 대한 경사관세 △운송기기 및 기계 전자기기 중간재에 대한 고관세 △금속·화학 제품에 대한 저관세로 요약했다. 단 ”북한의 관세율표가 2005년 처음 발간된 뒤로 몇 차례에 걸쳐 수정됐지만, 아직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2010년대 초중반 북한 재정에서 관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했다. 북한은 관세율이 지나치게 낮아 재정 측면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경우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총 재정수입에서 관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12%였다. 1990년대 이르러 7.5%로 감소하고 2021년엔 3.6%까지 떨어졌다.
최 연구위원은 북한의 비관세장벽 요소가 높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국영무역기업제와 지정무역제, 무역업 허가제를 법으로 정하고 있다. 무역 거래는 취득 조건을 갖추고 중앙 무역지도 기관의 승인을 받은 기관 등만 할 수 있다. 이들은 업종과 지표에 맞게 수출입 수속과 무역 거래를 해야 한다. 대외무역 과정에서 모든 절차에 국가가 개입하는 통제 구조다.
북한이 중앙집권적 통치체제인 점도 비관세장벽의 하나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자국 산업 보호보다 중앙집권적 무역제도를 확립하고 자본주의 문화 유입을 통제하는 등 체제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에 치중돼있다는 지적이다. 최 연구위원은 ”무역 관련 제도에서 규정하는 내용이 불명확하고 구체적이지 않아 분쟁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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