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진작 주식공부를 안했는지. 공부하면 공부할 수록 한국의 미래 먹거리는 방위산업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인생 얼마 안남았지만 죽을 때까지 한 종목만 사라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살 겁니다. 늘그막에 주식투자를 시작했지만, 적금처럼 넣는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계속 사고 있습니다." (70대 개미투자자)
직장에서 퇴직 후 서울 용산의 한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70대 건물주는 "평생 일한 직장에서 퇴직한 후 집에서 멍하게 있는 시간이 많아 지면서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주식 공부를 뒤늦게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주식으로 큰 돈을 벌겠다는 생각 대신 세상 공부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투자에 입문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일평생 같은 일만 하다보니 오래 살았어도 우물 안 개구리처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몰랐기 때문에 신문이나 뉴스를 많이 봤다"며 "반도체다 자동차다 한국을 대표하는 많은 산업이 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우리나라 진짜 미래 먹거리는 방산에 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 이유로 "방위산업은 기본적으로 첨단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매우 높아 가격싸움으로 가는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거시적으로 국제적 무력 긴장감이 끊이지 않고 발생해 수요가 꾸준하다"며 "반도체 처럼 극단적인 사이클 산업도 아니어서 개별종목이지만 적립식 상품처럼 장기적으로 투자하기에 알맞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7개 종목(우선주 제외)은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삼성물산, KB금융, 삼성바이오로직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입니다. 이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만 시가총액 40위 밖에 있는 기업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 들어서만 주가가 66% 상승했습니다.
이 투자자가 '평생' 같이 갈 기업으로 선택한 종목이자 올 들어 외국인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역사는 1977년 삼성정밀공업으로 거슬러 올러갑니다. 삼성그룹에서 장비사업을 도맡았던 삼성정밀공업은 2000년 항공엔진과 방산사업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 삼성테크윈으로 사명을 바꿨고, 2015년 '삼성-한화 빅딜'을 통해 한화가 인수하면서 '한화테크윈'으로 새 간판을 달았습니다.
한화테크윈은 2017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사명을 바꿨고, 다시 2022년 한화디펜스와 지난해 4월 한화방산을 합병하며 지금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항공기 가스터빈 엔진, 우주발사체 액체연료 제작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입니다.
최근에는 지상방산 사업 덕분에 외형을 크게 키우고 있습니다. 한화디펜스 합병을 통해 K9 자주포, 5세대 전투장갑차 레드백, 원격 사격통제 체계, 잠수함용 리튬전지체계 기술을 내재하게 됐습니다. K9 자주포는 2001년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이집트 8개국과 수출 계약을 맺었습니다. 세계 자주포 시장에서 50% 이상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수출 물량이 원활히 전달되면 점유율은 70%까지 치솟는다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최근 주가 상승률은 탄탄한 실적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방산기업의 리스크는 보통 '현금흐름'에 달려 있습니다. 대형 공급계약이 생기더라도 즉각 이익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면 당장 연구개발과 제조비로 투입되는 돈은 천문학적 규모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8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3% 급증했습니다. 지상방산 사업 부문 수주 잔액도 총 28조3000억원으로 1년 만에 43% 늘었습니다. 이 중 수출 물량만 70%에 달합니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산기업 중 해외수주 파이프라인이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다"며 "방위산업 기업 중 최선호로 꼽는 종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투자자는 "2017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이름을 바꿨을 때부터 투자를 시작해 현재 주가 대비 평단이 매우 낮다"며 "최근에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이익실현 유혹에 빠지지 않고 계속 사들일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같은 방산주들은 초대형 공급계약이 나올 때마다 크게 관심을 받곤 합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추격 매수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게 증권가의 조언입니다. 방산업 특성상 기술결함에 따른 충당금, 원가 이하의 납품에 따른 내실 없는 성장 등이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같은 경우에도 지난해 GTF 엔진 결함과 관련해 1000억원대의 충당금을 쌓을 때 주가가 출렁이기도 했습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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