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조국 대표는 사실상 하나의 정치 세력입니다. 둘이 뭉쳐있으면 범죄자연대처럼 보일까 봐 당만 다른 척할 뿐입니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가 29일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 대표가 이끄는 조국혁신당을 향해 '사실상 하나의 정치 세력'이라며 '이·조 심판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는 벌써 다 이긴 듯이 대통령 탄핵 운운하며, 서로 '민주당의 과반은 축하할 일'이고 '원내 교섭단체 기준을 20명에서 10명으로 낮추겠다'며 화답한다"며 "그렇게 마음이 잘 맞으면 왜 합당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총선이 끝난 뒤 합당할 수 있다는 것은 국민의힘만의 전망은 아니다. '범야 200석' 시나리오가 나오면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가능성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양당은 우선 명시적으로 합당 의사가 없다고 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은 조국혁신당과의 관계에 대해 "협력 관계는 맞지만, 파트너는 아니다"고 했다. 그는 지난 26일 M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조국 대표의 그동안 발언, (조국혁신당) 구성원들이 한 말 등을 봐서는 상당 기간 협력은 하겠지만 당장 합당하기는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조국 대표 역시 언론과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합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4년 전 민주당과 친(親)조국 성향의 열린민주당이 결국 통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역시 총선 이후 합당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가 21대 총선을 앞두고 '최소한의 연합은 하겠지만, 합당은 쉽지 않다'고 말한 것 역시 지금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과의 관계와도 닮았다.
다만 열린민주당과 민주당의 관계는 현재의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의 관계보다도 멀었다.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열린민주당을 견제하며 "민주당을 참칭하지 말라"는 노골적인 견제를 하기도 했다.
그랬던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지난 2021년 12월 결국 합당을 선언했다. 대선을 70여일 앞두고서다. 대선을 앞두고 여권을 대통합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통합을 반대했던 지도부가 바뀌면서 이들의 합당은 '준비된' 과정인 듯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들의 합당을 두고 "두 당은 원래 하나였다가 선거 때문에 위성 비례정당으로 분리됐다. 이미 국회에서 한 당처럼 행동했는데 무슨 당 대 당 통합인가"라며 "세상에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고 평가했다.
총선 전에는 '합당이 없다'고 못 박았다가, 대선이 다가오면서 기류가 바뀌고 결국 세력을 합치게 되는 일이 이번에도 반복될까.
양당의 합당을 전망하는 이들은 주로 대선이 다가올수록 이들이 세 규합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조국 대표가 유력한 대권 주장 중 한명으로 올라서면서, 양당이 합당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MBC가 여론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 26~27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 중에서 누가 가장 낫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유권자의 32%는 이재명 대표를, 24%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꼽았다. 조국 대표가 그 뒤를 이어 5%의 지지를 받았고, 홍준표 대구시장 4%, 오세훈 서울시장 3%,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3% 등이었다. 이 조사는 3개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무선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러 정치권 예측이 적중했던 신평 변호사는 지난 25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나와 "(민주당과 조국 혁신당이) 당연히 합친다고 본다"며 "조국 대표는 이번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바로 대권 행보에 들어간다.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민주당에 들어가 거기서 선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 대표는 제가 보는 한 반드시 민주당에 들어가 이재명 대표와 경합해 대권 후보 쪽으로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180석을 정확히 예측해 '엄문어'(월드컵 승패 적중률이 높았던 문어에 비유) 별칭을 얻은 엄경영 시대정연구소장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총선이 끝나면 이재명 대표가 가고 조국 대표가 온다"고 했던 엄 소장은 지난 27일 같은 프로그램에 나와 조국 대표의 "야권 주자 1위 등극은 시간 문제"라며 "이번 총선은 조국 대관식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호남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민주당 계열의 정당이 등장했는데 그것이 바로 조국혁신당"이라며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야권 재편의 시간이 올 가능성이 있는데 조국 대표가 이미 주도권을 확보했다"고 내다봤다. 총선 이후 조국 대표가 이재명 대표보다 더 강력한 대권 주자가 된다면, 조국 대표를 중심으로 야권 재편이 일어날 것이라는 뜻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벌써 '대권 주자 조국'을 견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 하남갑에 출마한 추미애 민주당 후보는 29일 YTN 라디오에 나와 '선거 후 조국 혁신당과 합당 여부'에 "반대한다"며 "지금의 조국혁신당도 개혁 우군으로서 연대할 수 있는 것이지 합당하면 당내에서 정무적인 판단을 내세우고, 우아한 개혁이니 뭐 그런 식으로 주저하는 세력들에게 먹힐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국 대표도 대선 후보 될 수 있다고 보냐'는 진행자 질문에 추 후보는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라며 "장담은 할 수 없지만, 누구나 국민 열망을 잘 담아내고 쉬운 언어로 말을 하고 실천 의지를 보인다면 조국 대표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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