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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자 등급에 속하는 우량기업들이 올해 1분기 회사채 발행을 급격히 늘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투자 심리가 회복하면서 회사채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서다. 우량기업의 인수합병(M&A)도 증가하며 수요와 공급이 함께 증가하는 모습이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용 등급이 투자 등급에 속하는 미국 우량기업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5295억달러를 기록했다.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이전까지 최대치는 2020년 1분기에 기록한 4790억달러였다.
회사채 발행이 급증한 이유는 투자 수요가 회복되고 있어서다. 펀드 추적업체 EPFR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22일까지 회사채 펀드에 유입된 금액은 228억달러로 집계됐다. 이 기간 펀드 유입액이 224억달러를 넘긴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통화 긴축을 중단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금리가 떨어지면 회사채 가치는 상승한다.
신용등급이 A등급인 우량기업의 3년 만기 회사채 금리와 3년 만기 국채 금리의 차이인 회사채 스프레드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3월 1.37%포인트를 기록한 스프레드는 지난 24일 기준으로 0.79%포인트로 내려앉았다. 회사채 금리와 국채 금리 차이는 투자 위험에 대한 보상인 프리미엄을 의미한다. 우량기업의 신용도가 높아지면서 위험 스프레드가 감소했다는 평가다.
우량기업 회사채가 전체 채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지난 2월 말 A등급에 속하는 우량기업 회사채는 세계 채권 시장의 43.54%를 차지했다. 단일 등급 회사채의 비중이 40%를 넘긴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2022년 Fed가 금리 인상을 시작한 뒤 부실 위험이 제기되며 비중이 줄었지만, 우량기업들이 견조한 실적을 보이자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몰렸다는 설명이다.
미국 최대 자산운용사인 인베스코의 북미 우량주 신용 책임자인 맷 브릴은 블룸버그에 "회사채 스프레드가 매우 탄력적으로 감소하면서 투자 수요가 반등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우량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회사채 공급량도 늘었다. Fed가 금리 인하를 시사하며 유동성이 풍부해진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인수 대상 기업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차입을 활용해 인수를 추진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미국 유통업체 홈디포는 건축자재 유통업체 SRS디스트리뷰션을 인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125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다음 달 발행 예정인 우량주 회사채는 약 1000억달러에 이른다. 1년 전 650억달러에서 53.8% 증가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이런 추세를 두고 '차입 광풍'이라 지칭하기도 했다. 로버트 쉬프만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이런 추세가 올해 말까지 계속되면서 회사채 발행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며 "우량주 회사채의 시대가 다시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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