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대부분 정리한 것과 유독 후보들의 과거 SNS에 대한 논란이 잦았던 올해 총선판이 닮아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84만 이상 팔로워를 거느리는 '재계 셀럽' 정 회장은 최근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대부분 삭제했다.
격의 없는 SNS 소통으로 '용진이형'이라고도 불리던 정 회장이 왜 돌연 SNS와 거리를 둔 걸까.
업계에서는 그가 지난 8일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만큼, 책임 있는 경영자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공산당이 싫다', '멸공' 등을 언급한 게시물로 정치적인 논란에 휩싸여 사과문까지 올렸던 만큼, 더 이상 SNS 게시물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정 회장의 이런 행보를 접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올해 총선 후보들의 모습이 묘하게 겹쳐 보인다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 27일 기자와 만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 회장이 SNS 게시물을 정리했다는 보도를 언급하면서 "꼭 요즘 총선판 같다"고 했다.
이유를 들어보니, 과거 SNS 게시물 내용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정 회장이 회장 승진 시점에 게시물을 싹 정리한 것과, 국회의원이 되려는 후보들이 문제가 됐거나, 앞으로 문제가 될 만한 SNS를 정리하는 모습이 비슷해 보인다는 취지였다.
유독 올해 총선에서는 후보들의 과거 SNS 게시물이 수면 위로 올라와 논란이 된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난교' 관련 글 등으로 논란을 빚고 국민의힘 공천이 취소된 장예찬 수영구 후보는 과거 작성한 페이스북 게시물을 모두 지우거나 비공개로 바꿨다.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의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한 논란 등으로 역시 국민의힘 공천이 취소된 도태우 대구 중·남구 후보도 원래 사용하던 계정의 과거 게시물을 모두 지우거나 비공개로 전환하고, 선거 홍보용 계정을 새로 만들어 쓰고 있다.
이런 후보들을 향한 여론의 십자포화를 생생히 목격한 정치권에서는 '만일'을 대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는 "혹시 몰라 후보 쓰던 SNS 계정의 모든 게시물을 싹 훑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기자가 과거 SNS 게시물에 대한 입장을 취재하자, 즉시 계정을 비공개로 돌려버린 후보도 있었다. 총선 후보가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는 건 좀처럼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해당 후보는 취재 당시 기자에게 "나도 탈탈 털리는 거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여러 후보가 자신이 사용해오던 SNS 계정을 쓰지 않고 선거 홍보용 새 계정을 만들어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는 유독 후보들의 과거 SNS 논란이 많았다"며 "어떤 핑계를 내놔도 결국 검증이 부실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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