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역으로 지지층 결집용 총선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장동 재판에 출석하라”는 사법부의 요구에 선심 베풀듯 응하고, 부당한 검찰 수사를 기꺼이 감내하는 듯한 모습을 지지자들에게 보여주는 방식을 통해서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사법 시스템을 정치적으로 유리하게 교묘히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대표는 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백현동·성남FC 관련 재판에 출석하면서 “정말 귀한 시간인 13일의 선거 기간이지만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 출정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관련 재판에서 배임·뇌물 혐의를 받는 핵심 피고인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재판 출석에 대해 “이것 자체가 검찰 독재 국가의 정치 검찰이 노린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국민께서는 4월 10일 정권의 폭주와 퇴행을 심판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재판에 들어가면서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기도 했다.
이날 오전 법원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는 유튜브 생중계를 틀어 “선거운동 기간에 정말 1초가 여삼추(3년과 같이 길게 느껴진다는 뜻)인데 어떡하겠나”라며 “검찰 정권이 바라는 바일 테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재판에 출석해서도 재판부를 향해 “선거운동 기간 중인데 어떻게 안 되겠나”며 재판 일정 변경을 요청했지만 거부 당했다. 이 대표는 오는 2일과 선거 하루 전날인 9일에도 재판에 나와야 한다. 재판부는 이 대표의 요청에 대해 “선거 운동을 해야하니 이해를 하지만, 전에도 말씀드렸듯 안 될 것 같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앞선 재판에 무단으로 불출석(19일)했거나, 늑장 출석(12일)을 했다. 급기야 재판부가 강제 소환을 언급하자 지난 26일에서야 재판에 출석했다. 당시에도 이 대표는 ‘대장동 변호사’를 내걸고 서울 서대문갑에 공천을 받은 김동아 후보 지원 유세에 참석한 후 법원으로 향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재판부와 검찰이 자신의 선거운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 ‘정치검찰’ 프레임을 강화하려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로 이 대표는 총선이 다가오면서 부쩍 재판 일정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김 후보 유세에서는 “공당의 대표가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와중에 계속 재판이 진행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고, 지난 18일 마포 현장 유세에선 “오후에 재판을 받으러 가야 한다”며 “수사 기소권을 남용하는 검찰 독재 정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지가 생긴다”고 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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