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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로이드뱅킹그룹, 스위스 UBS, 이탈리아 유니크레딧, 스페인 산탄데르 등 유럽 주요 은행을 추종하는 주가지수가 6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고금리 환경에 금융권의 수익성이 대폭 향상된 가운데 이들 은행이 총 175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주주환원에 나선 덕이다.
스톡스유럽600은행지수는 부활절 연휴가 시작되는 ‘성금요일’ 전날인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0.74%(1.40) 오른 190.17에 마감했다. 이 지수가 190선 위로 올라선 건 2018년 2월 2일(190.82) 이후 6년여만이다.
이 지수는 지난 1년간 34% 상승했다. 구성 종목들의 주가가 랠리를 달린 덕이다. 작년 초 경쟁사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한 UBS의 주가는 1년 새 46% 뛰어 2008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딧과 인테사산파올로 주가도 각각 13년, 9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고강도 긴축 정책은 은행들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ECB는 2022년 7월부터 10차례 연속 긴축 페달을 밟았고, 현재 기준금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연 4.50%)에서 유지되고 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의 평균 자기자본수익률(ROE)은 평균 13%까지 높아진 상태다.
에마누엘 카우 바클레이즈 유럽 주식 전략 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유럽 은행주는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경쟁사들을 능가하고 있다”며 “이들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평가했다. 유럽 은행들은 금융위기 이후 성장세를 거듭해 온 미 은행들에 비해 여전히 크게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유럽 은행들의 주주환원 정책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UBS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은 올해 740억유로(약 108조원)의 배당과 1200억유로(약 175조원) 이상의 자사주 매입을 약속했다. 유니크레딧은 작년 한 해 벌어들인 수익 전체에 해당하는 86억유로를 배당으로 돌려 주목받았다.
ECB와 영국 중앙은행이 시장 예상대로 연말께 금리 인하에 돌입하면 유럽 은행들의 순이자수익(NII) 흐름이 꺾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의라파엘 퀴나 선임 디렉터는 “금리가 낮아지면서 기업 활동이 촉진되고 성장 전망이 개선되면 은행 수익성을 떠받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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