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악기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악기 제조사인 삼익악기와 HDC영창 모두 지난해 매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삼익악기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23.8% 줄어든 2479억원이었다. 2020년 이후 3년 만에 외형 감소다. 당기순이익은 77.5% 급감한 33억원이었다. HDC영창도 매출이 전년 대비 6.5% 줄어든 641억원이었다. 정점을 찍은 2021년 매출(877억원) 대비 26.8% 줄었다. 당기순손익은 88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삼익악기, HDC영창의 실적 부진은 주사업인 악기 판매가 감소한 탓이다. 삼익악기의 지난해 악기사업 부문 매출은 1229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줄었다. HDC영창의 악기 부문에 해당하는 피아노·전자피아노·관현악기 매출은 전년 대비 23.8% 감소한 307억원이었다.
악기 부문 매출이 쪼그라들면서 두 회사 전체 매출에서 석자재·에너지 등 부대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졌다. HDC영창의 전문직 공사업 매출은 지난해 244억원으로 전년 대비 31.3% 늘어나며 사업 부문 중 유일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매출 비중은 38%로 전자피아노(31.8%)를 제쳤다. 삼익악기의 지난해 집단에너지 사업 매출(1008억원) 비중도 역대 최대치인 40.7%였다.
앞으로도 악기 수요는 증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코로나 시기에 판매한 물량이 거리두기 해제로 인해 중고시장에 한꺼번에 풀리면서 중고 가격은 내려가고 신제품 판매마저 덩달아 부진해졌기 때문이다. 서울 낙원상가의 한 중고악기 판매점 관계자는 “신품 가격으론 580만원 했던 피아노 제품이 지금 중고로 85만원”이라며 “악기를 살 사람은 코로나 기간에 이미 구매를 다 끝내서 물건이 안 팔린다”고 설명했다.
수출 경쟁력은 빛이 바랜 지 오래다. 악기업계 관계자는 “어쿠스틱 피아노는 야마하와 경쟁해야 하고, 디지털 피아노는 중국산 저렴한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며 “프리미엄 기타 등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국내 악기 제조사들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남아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비주력 사업에 공을 들이는 것도 결국은 외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삼익악기 관계자는 “피아노·기타를 만들던 목재 기술력을 최대한 활용할 예정”이라며 “고가 기타 라인업을 늘리고 미국에서는 목조 사우나 캐빈 판매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HDC영창 관계자는 “시장이 안 좋다고 판매 제품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디지털 피아노 판매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동주 기자 djdd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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