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강연 주최 측의 의도를 가장 먼저 아는 게 중요하다. 강연 제의를 준 주최 측에 두 가지를 묻는다. 내 강연을 광고나 마케팅 주제로 착각하지 않았는지, 강연 내용이 실무적인 방법론을(이를테면 보도자료 작성법 같은) 알려주기를 기대하는지 두 가지다. 내 경험 분야인 회사 홍보를 마케팅으로 헷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마케팅 강연을 기대한다면 홍보와 마케팅의 차이를 설명해주는 편이다. 또한 실무적인 방법론보다 내 경험을 이야기하기를 선호하기에 이에 대한 협의도 필수다. 이 두 가지 조건에서 서로 뜻이 맞다면, 강연 전까지 사전 질문을 받아 청중의 기대치도 확인한다.
다음으로 강연 현장에서는 ‘지식 뽐내기’가 아니라 ‘교류’에 집중해야 한다. 누군가의 강연을 들을 때 글자가 많거나 도식이 장황한 장표가 띄워지면 왠지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야 할 것 같지 않은가? 나도 그렇게 찍어둔 사진이 태산이나 다시 꺼내 본 사진은 거의 없다. ‘좋은 강연을 들었다’는 잔상은 암기할 정보를 많이 모아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강연자와 청중이 주고받는 에너지가 클수록 깊게 남는 법이다. 나 역시 강연 초반에는 부담감에 발표 자료 편집에 공을 많이 들였지만, 사진 한 장이나 키워드 몇 개를 나열하고서 내 경험과 시행착오를 공유하는 시간이 더욱 풍성한 피드백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내 강연의 최대 수혜자는 나 자신이라는 깨달음이다. 오늘 했던 강연에서 청중 반응이 기대보다 낮았다면 스피치 역량이나 긴장한 태도를 먼저 탓할 게 아니다. 발표 장표의 디자인을 더 수정할 일도 아니다. 바로 내가 나의 이야기에 확신이 있어야만 단 한 명의 청중에게라도 동기 부여, 위로, 응원 따위의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줄 이유와 자신감을 찾으려면 무엇보다 내가 나의 일과 태도를 회고하고 이해하는 깊은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강연의 책임감이 축적될수록 나 자신의 성장도 동반된다. 강연자도 나로부터, 청중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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