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 회장 "韓日, 아시아 바이아웃 주도…중국도 돌아온다"

입력 2024-04-01 16:11   수정 2024-04-02 13:18

이 기사는 04월 01일 16:1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재 아시아 바이아웃(Buyout·경영권 인수) 시장은 한국과 일본에 달려있습니다. 한국은 겉에서 보이는 것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시장입니다. 중국은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돌아올 겁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61·사진)이 1일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가(LP)들에게 '2023 연례서한'을 보내 아시아 인수합병(M&A) 시장의 흐름을 이렇게 짚었다. 김 회장은 매년 국민연금,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국내외 100여곳의 LP들에게 투자 방향을 담은 서한을 보내고 있다.

김 회장은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규모로는 10번째지만 라지캡 규모 기업은 5번째로 많은 시장"이라며 "특히 PE 침투율이 GDP의 0.8%에 이르는데 이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재벌기업 위주의 독특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는 PE 시장을 성장시킨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기업들이 비핵심 자산의 전략적 매각, 유동성 확보에 적극 나선 가운데 MBK는 작년 8개 대기업 그룹과 연관된 9개 딜을 성사하면서 이 흐름을 선도했다고 전했다. 상속과 승계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는 중소기업 사례가 점차 늘고 있는 점도 눈에 띄는 변화라면서 메디트와 오스템임플란트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김 회장은 "딜 소싱(투자처 발굴)의 다양화는 사모시장이 성숙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징후"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사모시장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동종기업과 비교해 한국 기업 투자는 평균 25% 할인된 가격에 진행됐다"며 "한국 기업들이 아직 저평가돼있는 만큼 M&A 기회는 더 늘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사모시장의 활황세는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전세계 3위 규모의 경제에 전세계 두번째 많은 700개 이상의 미드캡 기업, 다양한 경영진 인력 풀, 투명한 규제 체계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전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게 인수금융을 확보할 수 있는 ‘대출자들의 천국’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일본은 주주행동주의가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활발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52억달러에 도시바가 일본 로컬 사모펀드 컨소시엄에 매각된 것은 일본 어떤 기업도 액티비스트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소개했다. 김 회장은 "주주행동주의가 활발해지면서 MBO(management buy out, 경영진 주도의 기업 인수)가 급증하게 됐다"며 "사모펀드가 경영진에게 백기사가 될 수 있다는 건 실사 과정에서 내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이고 유용하다"고 했다. MBK파트너스도 타사키, 어코디아, 쿠로다를 MBO 방식으로 인수했다.

김 회장은 과거 연례 서한에서 수차례 유망하다고 지목했던 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믿음을 재확인했다. 그는 "중국 시장은 수많은 개격 조치에도 변동성이 크고 주식시장이 기를 펴지 못해 많은 사모펀드가 비중을 줄이고 있지만 발전 과정에서 성장통의 시기를 겪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현 상황이 중국 시장이 주도했던 챕터(시기)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현재는 한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시기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10억명의 소비자층을 갖고 있는 중국도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칼라일아시아에서 대표를 지냈던 김 회장은 2005년 MBK파트너스를 세운 뒤 동북아시아 최대 PEF로 끌어올렸다. 300억달러(한화 약 40조원)을 운용하고 있다. 작년 총 36억달러(약 4조8000억원) 투자금을 집행했다. 설립 이래 최대 규모다.

MBK는 작년 국내에서 메디트, 오스템임플란트, 넥스플렉스 M&A를 성사했다. 스페셜시츄에이션(SS) 펀드를 통해선 SK온에 자금을 베팅했다. 총 3조70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일본에선 소요카제·히토와·마렐리홀딩스 등에 약 1조원을 집행했다. MBK가 작년 투자한 곳들은 모두 헬스케어와 테크의 접점에 있는 산업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MBK파트너스는 펀드 수익률도 고공행진 중이다. 작년 말 기준 5개 운용 펀드들은 내부수익률(IRR) 20.5%, 투자금 대비 1.9배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김 회장은 "작년 부분 매각과 자본재조정을 통해 약 5600억원을 출자자들에게 돌려줬다"며 "불황의 영향으로 배분액수는 다소 기대에 못 미쳤지만 펀드레이징,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 가치 창출부분에선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고 자평했다.

작년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몸값이 급상승했다고 설명했다. MBK파트너스가 중국에서 경영권을 인수한 5개 기업들의 합산 매출은 2022년에 비해 2023년 54.6%가 증가했고, 상각전 영업이익(EBITDA)는 120.2% 급증했다. 중국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가치는 2023년 21억 달러(44.8%) 증가했고, 한국과 일본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가치는 각각 16억6000만달러(28.6%), 2억9000만달러(12.2%)씩 늘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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