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아시아 인수합병(M&A) 시장은 한국과 일본이 주도할 전망입니다. 중국은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돌아올 겁니다.”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사진)이 1일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가(LP)에게 보낸 ‘2023 연례 서한’을 통해 아시아 M&A 시장의 흐름을 이렇게 짚었다.
김 회장은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규모로는 전 세계에서 10번째 정도지만 라지캡(대기업) 규모로는 5번째 시장”이라며 “재벌기업 위주의 독특한 산업구조가 PEF를 성장시켰다”고 평가했다. 기업들이 비핵심 자산의 전략적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상속과 승계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는 중소기업 사례도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M&A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이 저평가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동종기업과 비교해 한국 기업 몸값은 평균 25% 낮다”며 “아직도 저평가된 만큼 M&A 기회는 더 늘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사모 투자시장의 활황세는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3위 규모의 경제에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700개 이상의 미드캡(중견기업) 규모, 다양한 경영진 인력 풀, 투명한 규제 체계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은 주주행동주의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활발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도시바가 152억달러에 일본 로컬 PEF 컨소시엄에 매각된 것은 일본의 그 어떤 기업도 주주행동주의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소개했다.
중국 시장에 대해 김 회장은 “주식시장의 약세로 많은 PEF가 비중을 줄이고 있지만 발전 과정에서 성장통의 시기를 겪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현 상황이 중국 시장이 주도한 챕터(시기)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10억 명의 소비자층을 가진 중국도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회장은 2005년 MBK파트너스를 세운 뒤 300억달러(약 40조원)를 운용하고 있다. MBK는 작년 국내에서 메디트, 오스템임플란트, 넥스플렉스를 인수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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