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료계와 대화 과정에서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씩 늘리는 정부의 기존 방안을 일부 수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의료계가 합리적 근거와 통일된 방안을 들고 대화에 나선다면 증원 규모를 논의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미 각 대학에 내년도 의대 정원 배분을 마친 상황이라 이를 되돌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과 비교할 때 윤 대통령이 한발 물러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 대국민 담화에서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한다”며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정책은 늘 열려 있는 법”이라며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윤 대통령이 정원 규모와 관련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놨다고 해석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의료계에 대화하자고 호소하는 동시에 논의 의제를 제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과 의료계, 정부가 모두 참여하는 대화체 구성을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늘 송구한 마음”이라며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인한 국민 불편에 사과했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도 의료계는 집단행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전국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전 정부 발표와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 갈등이 4·10 총선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병욱/양길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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