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과대학 학생들이 정부의 입학정원 2000명 증원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 소송에 나섰다. 이들은 정부의 증원 처분이 공공복리에 저해되고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2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를 대리하는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의대협 소속 1만3057명의 학생이 서울행정법원에 윤석열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처분 및 배분 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전날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본안 소송에 앞서 집행정지신청도 함께 제기했다. 의대협은 전국 40개 의대생 대표자들이 모인 단체다.
현 정부의 증원 처분은 공공복리에 저해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이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의 2000명 증원처분은 과학적 근거가 단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의료계가 2000명 아니라는 근거를 제시하라"고 한 것을 두고도 이 변호사는 "조폭이 사람을 때려놓고 '당신이 안 맞을 근거를 제시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맞섰다.
증원할 정당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는 "정부는 5일 만에 졸속으로 배정 결과를 발표했는데 배정위원회 명단·회의록 등을 일정 공개하지 않았다"며 "대선 공약에도 없는 대통령 혼자의 독단적이고 졸속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증원 처분으로 인해 의대협 학생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가 침해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변호사는 "대부분 의대는 해부학 실습에 사용할 카데바(실습용 시신)만 겨우 확보한 상황"이라며 "평균적으로 카데바 1구당 학생 10명 정도가 실습하는데 증원 시 20~40명이 실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의대협 측은 집행정지 신청을 내며 "국가도 아닌 '5년짜리 계약직 공무원'에 불과한 윤석열 정부가 (환자를 살릴) 기회를 흘려보내고 있고 (의술에 관한) 실험은 불확실함에도 확실하다고 강요한다"며 "의료에 대한 판단은 지극히 어려움에도 주술적 믿음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전국 의대생까지 행정 소송에 가세하면서 의대 증원 관련 소송은 6개로 늘었다. 지난달 5일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을 시작으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 수험생·학부모, 부산대 의대 학생·교수·전공의 등이 차례로 정부를 상대로 증원 취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