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권을 담당하던 '동네 백화점'의 명품 라인업이 화려해지는 추세다. 그동안 연매출 조단위의 대형 점포에 브랜드 역량이 집중됐다면, 최근 들어서는 중형급 백화점들이 명품 브랜드를 대거 유치하며 백화점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명품 브랜드 대폭 확충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대규모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백화점 중동점이 최근 구찌, 발렌시아가, 페라가모, 몽클레르 등 신규 명품브랜드 4곳의 입점을 확정지었다. 기존에는 버버리 정도만 있었던 명품 라인업이 대폭 강화된 것이다. 매장 개편이 한창 진행 중인 만큼 향후 다른 브랜드가 추가 입점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백화점 중동점은 지난해 연매출 4700억원대를 기록한 경인 지역의 중형급 점포다. 지난달 정지영 현대백화점 대표이사는 올해 2000억원을 들여 주요 점포들을 리뉴얼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중 한곳이 바로 현대백화점 중동점이다. 현재 지하식품관과 지상 1·2층의 공사가 진행 중으로, 올 하반기께 리뉴얼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중형 점포에 힘을 주고 있는 건 중동점뿐만이 아니다. 서울 목동점에는 상반기 중 이탈리아 브랜드인 발렉스트라가 입점될 예정이고, 더현대대구에는 명품 주얼리 브랜드 부쉐론과 셀린느가 들어섰다.
신세계백화점도 경기점을 새단장하면서 남성 명품 브랜드를 대거 늘렸다. 이탈리아 브랜드인 제냐를 비롯해 하반기에는 스톤아일랜드와 페라가모 남성 매장도 차례로 열 계획이다. 의정부점에도 올해 명품 브랜드를 1~2개 더 늘린다는 목표다. 현재 의정부점에는 구찌와 프라다 등이 입점해있다. 롯데백화점도 수원점과 인천점에 명품·시계 브랜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새 점포보다는 기존 점포 업그레이드
백화점들이 중형 점포의 경쟁력을 높이는 건 외형 성장을 위해서다. 코로나19로 인한 보복소비 열풍이 끝나 예전만큼의 폭발적인 매출 성장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중형 점포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기로 한 것이다. 연매출 수천억원 수준의 중형 점포를 업그레이드시켜 연매출 조단위의 대형 점포로 육성시킨다는 계획이다.
최소 3년 간은 신규 백화점 출점 계획이 없다는 점도 이같은 전략에 영향을 미쳤다. 주요 백화점 3사가 계획 중인 새로운 점포들은 2027~2028년께에야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신규 출점이 없는 기간동안은 기존 점포의 볼륨을 키워 매출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 백화점 매출의 45%는 상위 10개 점포에 집중된 만큼 중형 점포들이 성장할 여지도 있다.
중형 점포의 매출을 높이는 방안으로 '프리미엄화'를 선택한 건 명품 수요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코로나발(發) 보복소비 당시만큼은 아니지만, 올 1~2월 주요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5% 이상 늘며 소비가 지속되는 분위기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2년 19조6767억원이었던 국내 명품시장 규모가 지난해 22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점도 여전한 명품의 인기를 뒷받침한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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