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이 코앞인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탈당'을 언급하며 자중지란에 휩싸였다. 외부에서 영입된 일부 후보가 윤 대통령을 향해 탈당을 언급하자, 당내에서는 거센 비판이 일었다. 정치권에서는 만약 국민의힘 대패가 현실화한다면, '탈당'이 문제가 아니라 '탄핵'이 쟁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 탈당을 언급하며 내부 갈등에 불을 붙인 것은 서울 마포을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함운경 후보다.
함 후보는 1일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담화 직후 "더 이상 윤 대통령께 기대할 바가 없다"며 "그렇게 행정과 관치의 논리에 집착할 것 같으면 거추장스러운 국민의힘 당원 직을 이탈해 주시기를 요청한다"고 했다가 당내 반발에 직면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들어온 지 며칠 됐다고 감히 우리가 만든 대통령 당적 이탈을 요구하느냐"고 직격했다. 그는 "박근혜 탄핵 때 힘 모아 헤쳐 나갈 생각은 하지 않고 난파선의 쥐새끼들처럼 홀로 살겠다고 뛰쳐나가던 무리가 생각난다"며 "얼마 전까지 하늘처럼 떠받치던 대통령을 이제 와선 자기가 낙선하게 생기니 자기 역량은 탓하지 않고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탈당을 요구하는 게 너희의 감탄고토(甘呑苦吐) 정치 스타일이냐?"며 비난했다.
무엇보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패배주의'에 젖어 들면 안 된다는 지적이 여권 내에서 일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 혼낼 때 혼내더라도 내 손으로 혼내야 한다는 생각을 국민들이 가지고 계신 것 같다"며 "총선 후보가 대통령을 향해 도끼질하는 것이 지지자 눈에 좋게 보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여명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은 "제가 함 후보님이라면, 대통령 담화에서 뭐 시비 걸 것이 없나 청취할 시간에 마포을 주민 한 분이라도 더 손 잡아드리고, 눈 마주치며 표를 호소할 것 같다"며 "우리가 후보님께서 학생운동권 시절 자행했다던 미국 문화원 점령 등 '과거 반성'에 대해 박수를 쳐 드린 것이, 함 후보님 마음대로 우리가 만든 대통령을 향해 윽박지를 인가를 드린 것까진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거센 비판에 함 후보는 하루 만에 탈당 요구를 철회했지만, 여진은 이어졌다. 홍 시장은 2일 "흔들리지 말자. 선거가 이번뿐만이 아니지 않나. 벌써 핑계나 댈 생각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며 "다 하고도 지면 깨끗이 승복하고, 남 탓 말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자"고 당부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까지 분열해서 이긴 선거는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자중하길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했다. 이어 "후보자 입장에서 정부, 여당에 비판하고 싶은 점이 있을 수 있다"면서 "선거 평가는 선거 이후에 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우리는 유권자 속으로 파고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분석가인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이 180석 이상이 되면 (대통령) 탄핵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며 "대통령 지지율이 10% 이하로 떨어지고, 국민의힘도 대구·경북이 아니면 탄핵 찬성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 여권 관계자 역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이 총선 이후 대통령 탄핵을 공공연히 언급하는 상황에서 총선을 앞두고 무슨 탈당 타령인지 모르겠다"며 "지금은 총력을 다해 끝까지 싸워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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