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과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진행 중인 네이버 노조가 처음 주32시간(주4일제) 근무를 들고 나왔다. 직원들이 근무 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네이버는 전면(주5일) 원격근무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데, 노조가 임단협 요구안으로 제시한 주4일제 근무에 노사가 합의할 경우 '주4일 원격근무'도 가능할지 관심이 쏠린다.
2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공동성명)는 이번 단협 교섭에서 주32시간 근무를 비롯해 △복리후생 임의 저하 금지 △명절지원금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공동성명이 교섭 과정에서 주4일제 근무를 제시한 것은 올해가 처음.
네이버 노사는 올해 임협과 단협 교섭을 함께 진행하는데 공동성명은 임신 전기간 단축 근무, 리프레시 휴가비 지원, 교육비 지원 확대, 경조사 지원 확대 등을 함께 요구한 상태다. 지난 1월 사측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요구안을 제시했지만 네이버는 아직 별다른 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노사는 지난달 4차 교섭까지 진행한 상태다.
네이버는 현재 주5일 원격근무를 하는 R타입, 주3일 이상 회사 출근하는 O타입의 2가지 근무 형태 가운데 고를 수 있는 '커넥티드워크' 제도를 시행 중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현재 R타입과 O타입 근무 비율은 반반이다.
요구안에서 제시한 주4일제 근무가 받아들여진다면 R타입의 경우 전면 원격근무 하면서 주3일의 휴일까지 보장받을 수 있단 얘기가 된다. 다만 노조는 '선언적 요구'로 주4일제를 언급한 것으로, 실제 근무 형태에 따른 적용 등 구체적 안을 제시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단협 교섭을 병행하는 곳은 네이버를 포함해 네이버클라우드와 올해 처음 교섭에 나선 네이버웹툰·스노우 등 총 4곳이다. 본사 포함 단협 교섭을 진행 중인 4곳은 사내 소통 프로세스 구축과 노조 조직력 강화 방안도 요구하고 있다.
소통 프로세스와 관련해서는 정규직 적정 인력 유지, 가치 체계 공동 수립, 노조의 인사위원회 참여 등을 관철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대규모 개편 프로세스 개선도 요구했다. 사업·조직 개편 과정에서 직원들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로서는 향후 교섭 상황을 쉽사리 전망할 수 없는 단계다. 일부 법인에서 사측 안이 제시되지 않은 만큼 양측 의견이 대립하는 분위기도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네이버웹툰·스노우 교섭 과정에선 '성과급 등급별 비중 공개'를 놓고 노사 간 이견이 나올 여지가 있다. 네이버는 사업·조직별 성과를 토대로 성과급을 배분하고 조직장이 내부 기준을 검토해 직원들 성과를 등급별로 나눈다. 직원들이 받는 성과급 액수는 이 등급에 따라 달라지는데 공동성명은 등급별 비중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성과급 등급별 비중은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만 공개하고 있다.
공동성명 관계자는 "특별하게 진전이 있거나 난항을 겪는 상황은 아니고 아직 대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회사측 입장을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등 정보기술(IT) 업계 노조는 올해 임금 교섭을 'IT 임협 연대'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화섬식품노조 내 IT 지회 7곳(네이버·넥슨·스마일게이트·엔씨소프트·웹젠·카카오·한글과컴퓨터)이 연대해 계열사 총 32곳과 임금 교섭에 나선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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