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냄새' 재연인가…쿠팡플레이, 대놓고 티빙 저격?

입력 2024-04-02 20:00  



쿠팡의 온라인스토리밍서비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SNL코리아'에서 또 경쟁사 저격이 나왔다.

지난달 16일 공개된 'SNL코리아'의 '위켄드업데이트(WEEKEN UPDATE) 코너 '안도규 브리핑'에서 티빙 야구 중계 서비스 품질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이 나왔다. 배우 안도규는 "OTT 서비스 티빙이 올해부터 3년간 KBO 리그 뉴미디어 중계권을 독점하며 프로야구 중계 유료 시대를 열었다"며 "그러나 지난 9일 시범 경기 중계에서 미흡한 서비스 운영으로 프로야구 팬들의 많은 뭇매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위켄드 업데이트'는 한 주간 있었던 이슈를 모아 분석하면서 출연자가 엉뚱한 말을 던지는 콘셉트다. 쿠팡플레이에서 경쟁사인 티빙이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스포츠 생중계 시장에 뛰어든 티빙을 견제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여기에 공교롭게도 쿠팡플레이는 'SNL코리아' 방송 다음 날인 17일 'MLB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첫 중계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국내 야구 중계 사상 최다 카메라 42대 배치, 국내 최초 엄파이어캠을 도입해 심판 마스크에 설치, 경기 종료 직후 로켓 하이라이트, 광고 최소화 야구 중계 등을 내세우며 티빙이 사전 중계 당시 지적받았던 부분들을 보완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보고 국내 스포츠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쿠팡플레이가 티빙을 대놓고 저격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쿠팡플레이가 'SNL코리아'를 통해 경쟁사를 풍자 콘셉트로 공개 저격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유통 기업 쿠팡의 경쟁사로 꼽히는 무신사가 '패션공룡'으로 성장한 지난해에는 'SNL코리아'의 'MZ오피스'에서 배우 주현영은 신입 사원으로 분한 가수 지코가 무신사 스타일로 등장하자 속으로 "무신사 냄새 지리네"라고 말했다. '무신사 냄새'는 획일적인 무신사 스타일을 비꼬는 온라인 '밈'(Meme)으로, 해당 콘텐츠가 공개됐을 때도 "쿠팡이 무신사를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당시에도 쿠팡은 패션 부문을 대폭 강화하던 시기였다. 무신사 측은 'SNL코리아' 속 풍자 코미디라고 판단하고, 해당 표현에 대해 공식 대응하진 않았다.

티빙 역시 'SNL코리아' 속 언급에 공식적인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 중계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티빙은 안정적인 구독자 확보를 위해 1년에 450억원, 3년 동안 총 1350억원을 투자해 KBO와 국내 프로야구 온라인 독점 생중계 권리를 따냈다. 스포츠 중계를 처음 시작하는 티빙이 중계가 원활하지 않거나,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야구 용어도 실수하는 모습에 비판이 쏟아졌지만 투자한 만큼, 그만큼 이용자 수도 급증했다.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3월 26일까지 안드로이드와 iOS의 OTT 앱 일간 활성 이용자(DAU) 평균치는 넷플릭스가 283만5000명으로 1위였다. 티빙은 올해 1분기 평균 DAU 162만7000명으로 넷플릭스의 뒤를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작년 평균 132만800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2.5%가량 급증해 2위 자리를 굳히는 한편 1위 넷플릭스를 바짝 추격했다는 평이다. 특히 KBO리그 시범경기 기간인 3월 9일부터 19일까지 평균 170만4000명, 개막전이 열린 지난 23일에는 198만9000명으로 프로야구 중계와 맞물려 이용자가 늘어났다.

여기에 시범경기가 열린 11일 동안 앱 신규 설치 26만5000건으로 그 직전 11일 동안의 15만6000건보다 70% 급증했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 앱 신규 설치는 9만8000건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3배에 가까운 수치다.

국내 OTT 후발 주자로 꼽히는 쿠팡플레이 역시 스포츠 경기 중계에 집중하며 이용자 수를 늘리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서울 시리즈를 중계한 3월 20일과 21일 이용자가 집중됐다. 20일에는 142만명, 21일에는 194만명의 DAU를 기록했다. 작년 하루 평균 이용자(68만명)의 두 배 이상이다. 쿠팡플레이 앱 신규 설치 역시 MLB 서울 시리즈가 열린 20일 8만9000건, 21일 7만3000건으로 이틀 동안 16만건을 넘었다.

스포츠 중계가 오리지널 콘텐츠에 비해 충성도 높은 장기 구독자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는 효과가 입증되면서 티빙과 쿠팡플레이의 신경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메조미디어가 지난달 발간한 2024 OTT 업종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응답자 중 53%는 '실시간 스포츠 중계가 OTT 구독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미치지 않는다' 응답률(27%)보다 2배 가까이 더 많다. OTT 실시간 스포츠 중계 시청 빈도에 관한 질문에도 '일주일에 1회 이상 시청한다' 응답률이 47%에 달했다. 한 달에 1회 이상 시청한다는 응답률까지 종합하면 총 66%에 달한다.

다만 이전까지 무료로 즐겼던 스포츠 중계를 돈을 내고 봐야 하는 '유료화' 시대가 열린 만큼 스포츠 팬들의 입맛을 맞추는 양질의 중계가 앞으로 경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대표 야구선수 출신 이대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공짜로 볼 수 있던 것을 돈을 내고 보라고 한다면 팬들 입장에선 화가 날 수 있다"며 "돈을 받는 만큼 더 좋은 서비스를 보여 줘야 한다. '돈이 안 아깝고, 더 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서비스를 만들어 주면 더 좋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대호와 함께 JTBC '최강야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 야구선수 유희관 역시 "지난해 KBO 관중이 800만명이었다"며 "올해 류현진 선수도 오고, 새로운 감독들도 오고, 프로야구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시기가 왔는데 이게 꺾일까 봐, 선수들 입장에서는 아쉬움도 있다"고 우려하며 양질의 중계를 당부 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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