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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산업 맞습니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가 확대될 것이란 방향성에 확신이 있어요. 약 배송까지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죠.”
비대면 진료 플랫폼 나만의닥터를 운영하는 선재원 메라키플레이스 공동대표(36·사진)는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만의닥터는 환자가 증상과 진료 과목에 맞는 의사를 선택해 비대면으로 진료받는 앱이다. 선 대표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2021년 창업해 4년째 회사를 운영 중이다.
선 대표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다. 하지만 학부 시절부터 ‘병원 밖에서의 삶’을 꿈꿨다. 환자 한 사람을 치료하는 것도 좋지만 세상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막연하게 사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공중보건의 생활을 끝낸 후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 입사했습니다. 이때 기업들의 성장전략을 짜면서 비즈니스 마인드를 배웠습니다.”
3년간의 컨설턴트 생활 후 바이오벤처인 헬릭스미스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이후엔 벤처캐피털(VC)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서 일했다. 그러면서도 늘 마음 한쪽엔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 “컨설팅이나 투자는 해당 기간이 끝나면 남의 일이 돼버리는 게 아쉬웠습니다. 내 사업에 목숨 걸고 ‘파이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죠.”
마침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진료 시장이 한시적으로 열렸다. 비대면 진료는 선 대표가 공보의 시절 필요성을 크게 느낀 분야였다. 노인들이 혈압약을 타려면 보건지소를 직접 방문해야 하는데, 자식들이 몸이 불편한 노인을 모시고 오려고 연차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맥킨지 시절 동료인 손웅래 공동대표와 창업에 의기투합했다. 그는 “비대면 진료가 다가올 미래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이 서비스를 국내에 올바르게 정착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나만의닥터는 후발주자였다. 이미 다른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이 시장에 포진해 있었다. 코로나19 진료뿐만 아니라 당뇨와 고혈압, 탈모, 다이어트 등 지속적인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영역에 집중하는 전략을 폈다. 높은 일반진료 수요 덕에 코로나19가 잦아든 후에도 거래액과 진료 건수가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6월 정부가 비대면 진료 허용 범위를 대폭 축소하면서 위기가 닥쳤다. 진료 건수가 10분의 1로 줄었다. 이때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80%가 문을 닫았다. 지난해 12월 허용 범위가 소폭 확대된 후에야 약간 숨통이 트였다. 선 대표는 “전공의 집단행동 사태로 지금은 비대면 진료가 다시 허용된 상태지만 약 배송도 안 되고 여전히 앞으로 정책을 예측하기 힘들다”며 “10~20년 후를 내다볼 수 있도록 사업 안정성을 담보해줘야 첨단 기술을 갖춘 실력 있는 사업가들이 비대면 진료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선 대표는 주변에서 ‘결국 (병원으로) 돌아갈 것 아니냐’는 핀잔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창업을 선택한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를 풀 수 있도록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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