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노동자 권익 대변한다는 한국노총의 임금체불

입력 2024-04-02 18:05   수정 2024-04-03 00:33

“국내 제1 노총이란 곳이 이래서야 하겠습니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직원 A씨가 기자에게 남긴 말이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한국노총의 산업전환 공동훈련센터 직원 2명으로부터 ‘임금 체불 신고’를 받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A씨는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노총이 내부 직원을 투명 인간 취급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한국노총은 2022년 4월부터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산업인력공단 등과 약정을 맺고 직무 전환 관련 컨설팅 사업을 해왔다. 정부에서 사업비를 전액 지원받고 대한상의와 협력해 화력발전 등 전통 산업 종사자를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신산업에 적응할 수 있게 재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일은 한국노총 정규직인 A씨와 무기계약직인 B씨 두 사람이 2년여간 도맡았다.

그런데 한국노총은 지난 1월부터 A씨의 석 달치 임금을, B씨의 두 달치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받지 못한 급여가 총 2400만원에 달한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이들은 “1월부터 꼬박 나와 전년도 회계 정산, 성과보고서 작성, 올해 사업 준비 등 업무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측은 “두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직무 전환 사업은 종료됐고, 두 사람이 스스로 출근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B씨에게는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이미 전달했고, 정년이 도래해 퇴직한 A씨와는 3월 재계약을 맺어 1~2월 급여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노무 관리가 엉성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연간 사업 진행 여부에 대해 3월까지 담당자에게조차 일언반구가 없었고, 이들의 출근을 말리는 이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과 대한상의 간 연간 협약은 작년 12월 종료됐지만, 노총은 협약 갱신에 대한 판단도 차일피일 미뤘다.

한국노총은 3월 들어서야 대한상의에 ‘내부 사정으로 사업을 종료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뒤 사업을 종료했다. 지난해 말 작성한 2024년도 사업계획서엔 산업 전환 교육 관련 인건비 1억5000만원은 물론 289만원 상당의 업무용 컴퓨터 구매 비용도 책정한 뒤였다. 두 사람은 내부에 호소문을 올렸지만 어떤 대답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전날 ‘노동 현장의 심각한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임금체불 신고센터 출범식을 열었다. 김동명 위원장은 “임금은 그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온전히 보장돼야 하고 임금 지급은 사업주의 절대적 의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등잔 밑’을 챙기지 못한 이유에 대해선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외부 노동자의 임금체불 해결에 앞서 내부 문제부터 들여다보는 게 진정성 있는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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